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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잡기-2024-044] 적을수록 풍요롭다 - 제이슨 히켈 - 별 다섯 - 0902

몽자크 2024. 9. 2. 00:01

적을수롭 풍요롭다 - 제이슨 히켈

19쪽
코로나바이러스는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인해 (국민의 의지를 포함해) 정부가 아주 단호해지고 의지가 넘친다면 수년간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것들을 해낼 수 있다는 확실한 증거를 보여주었다. 보편적 기본소득, 채무 면제, 부유세, 필요한 경우 국유화와 그밖에 무엇이든. ......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욕구보다는 필요를 중심으로 사회를 재조명한다면, 우리가 함께 더욱 만족하고 분리되지 않는 세상을 다시 건설할 수 있다. 

78쪽
지배층은 평민들이 농촌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 공동으로 관리하던 목초지, 숲, 강에 울타리를 치고 사유화했다. 그것들은 한마디로 재산이 되었다. 이러한 과정은 '인클로저'라고 알려져 있다. 인클로저 운동기간 동안 수천개의 농촌 공동체가 붕괴되었다. ...... 인클로저는 자본주의자들에게 이전에는 금지되었던 거대한 규모의 토지와 자원들을 소유할 수 있게 해주었다. ...... 선행 축적은 순수한 저축의 과정이 아니었다. 약탈의 과정이었다. ...... 자급자족 경제가 무너지고 공유지에 울타리가 쳐지면서, 사람들은 임금을 받기 위해 노동력을 팔 수밖에 없었다. 

86쪽
인클로저는 국내에서 일어난 식민지화의 과정이었고, 식민지화는 인클로저의 과정이었다.

87쪽
자본주의하에서 성장은 새로운 개척지를 필요로 하며 늘상 개척지로부터 가치를 뽑아내고는 가치에 대한 지불은 하지 않는다. 즉 자본주의는 성격상 본질적으로 식민주의적이다. 

89쪽
농민들은 생산성을 기준으로 할당받았기에 토지를 이용하기 위해 생산을 증대하는 방법을 고안해야만 했다. ...... 이는 생산성 증대와 생산량 극대화라는 정언명령이 처음으로 사람들의 삶을 지배했다는 것을 의미했다. 생산은 더이상 필요의 충족에 관한 것도, 지역의 자급에 관한 것도 아니었다. 대신 그것은 이익을 중심으로, 자본의 이득을 위해 조직되었다. 

91쪽
농업의 상업화로 인해 총생산량이 증가할 때 '증진'이라는 것은 오로지 토지 소유주의 이익뿐이었다. 생산물이 급증했던 시기에 평민들은 두세기 동안 식량난을 겪었다. ...... 여기서 파악해야 할 요점은 자본주의를 특징짓는 엄청난 생산력의 발생이 인위적 희소성의 상태를 만들어내고 유지하는 데 달려있다는 것이다. 희소성과 굶주림의 위협은 자본가의 성장 동력으로 작용했다. 희소성은 실제로는 자원이 부족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인위적이다. ...... 지배층의 축적이라는 바로 그 과정에서 희소성이 조장되었다. 

99쪽
인류학자들은 세상을 보는 이러한 방식을 애니미즘이라고 부른다. 모든 생명체는 상호 연결되어 있고 동일한 정신이나 본질을 공유한다는 생각이다. ...... 1500년 이후 득세하기 시작한 새로운 경제 시스템은 토지, 토양, 지표면 아래 광물과의 새로운 관계를 필요로 했다. 그런 관계 중 하나는 소유, 추출, 상업화, 끊임없이 증가하는 생산성, 혹은 당시의 화법으로 표현하면, '증진'에 토대를 두었다. 어떤 것을 소유하고 추출하려면 그것을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167쪽
이원론은 세계를 둘로 나누려는 강력한 집단의 필요를 충족시켜주었으므로 확고하게 자리를 잡게 되었다. 자연이 대상이 되자 원하는 일은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소유와 추출에 대해 남아 있던 윤리적 제약이 전부 제거되어 자본에게 큰 기쁨을 안겨주었다. 대지는 재산이 되었다. 생명체는 물건이 되었다. 생태계는 자원이 되었다. 

112쪽
이원론은 인간과 자연, 주체와 대상 사이를 분명하게 구분했다. ...... 신체 역시 대상화되었다. ...... 1600년대 동안 데카르트의 관점은 몸을 통제하고, 몸의 열정과 욕망을 부수고, 몸에 규칙적이고 생산적인 질서를 부과하기 위해서 사용되었다. ...... 당시 서구 기독교에서 대중화된 칼뱅주의 산하에서는 이윤이 도덕적 성공의 상징, 구원의 증거가 되었다. ...... 생산성 경쟁에서 뒤처져 빈곤에 빠진 사람들에게는 죄인이라는 낙인이 찍혔다. 가난은 땅에서 쫓겨난 결과가 아니라 개인의 도덕적으로 실패한 징후로 비춰졌다. ...... 몸에 대한 데카르트의 이론으로 인해 인간 노동이 자기로부터 분리될 수 있고, 추상화될 수 있으며, 자연과 마찬가지로 시장에서 교환될 수 있다는 생각이 가능해졌다. ...... 인클로저가 낳은 난민들은 권리를 지닌 주체로서가 아니라 자본주의의 성장을 위해 훈련되고 통제되어야 할 노동 집단으로 인식되었다. 

116쪽
자본은 보잘것없는 정도라 해도 유럽의 프롤레타리아 노동자들(주로 남성들)에게 임금을 지불했던 반면, 그들을 재생산하는 노동자들(대부분 여성)에게는 아무것도 지불하지 않았다. 여성들은 남성들의 음식을 만들었고 아픈 남성들을 돌보았으며, 다음 세대에 노동자가 될 이들을 양육했다. 사실상 생계수단과 임금노동으로부터 여성을 단절시키고 재생산의 역할로만 제한함으로써 오늘날 우리에게 있는 가정주부의 전형을 처음으로 만든 것이 인클로저였다. 새로운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지배층은 잠재적인 여성노동자 집단을 사실상 공짜로 착취했다. 이러한 과업에도 데카르트의 이원론이 활용되었다. 이원론적 틀 안에서 육체는 하나의 스펙트럼으로 펼쳐졌다. 여성은 남성보다 '자연'에 더 가깝다고 인식되었다. 이에 따라 여성들은 종속되고 통제되고 착취당하는 대우를 받았다. 

117쪽
식민화된 이들은 인간과 자연의 이원론적 원리를 받아들이기를 거부했다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원시적'이라고 간주되었다. ...... 이는 '문명화'의 이름으로 수행되었다. 문명화되고, 온전하게 인간이 되기 위해(그리고 기꺼이 자본주의 세계경제의 참여자가 되기 위해), 선주민들은 애니미즘의 원리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고 자연을 물건으로 간주하도록 강요당했다. 


120쪽
우리가 계속해서 쌓여가는 대멸종 위기에 관한 통계수치에 너무나 태연하게 반응하는 것은 놀랍지 않다. 우리는 이러한 정보를 놀랍도록 침착하게 받아들이는 습관을 갖고 있다. ...... 결국 자본주의의 핵심 원리는 이것이다. 세계란 실제로 살아 있지 않고, 확실히 우리의 친척도 아니며, 오히려 추출되고 버려지는 물건일 뿐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이곳에서 살아가는 인간 존재 대다수도 포함된다. ...... 데카르트는 과학의 목적이 "우리 자신을 자연의 주인이자 소유자로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123쪽
그러나 기술이 성장에 기여하는 가장 주요한 방식은 느닷없이 돈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닌, 자본이 전유의 과정을 확장하고 강화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었다.

129쪽
이 시스템은 끊임없이 확장하기 위해 프로그램된 멈출 수 없는 기계, 저거너트juggernaut가 된다. ...... 자본의 관점에서 보면, 이윤만으로는 안 된다. 이윤은 의미가 없다. 중요한 건 성장이다. ...... 기업이 성장에 실패하면 투자자들이 철수할 테고, 그러면 기업은 무너지기 때문이다. 선택은 극명하다. 성장하거나 죽거나. ...... 투자자들은 왜 이렇게 부단한 성장 추구에 참여할까? 자본은 가만히 앉아 있으면 (인플레이션, 감가상각 등으로 인해) 가치를 잃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본이 축재자의 손에 쌓이면 성장에 대한 엄청난 압력이 생겨난다. 자본이 더 많이 축적될수록 압력도 더 많이 형성된다. 

133쪽
인클로저 운동은 하나의 해결책이었다. 식민화도 ...... 대서양 노예무역도 ...... 중국과의 아편전쟁도 ...... 하나같이 폭력적이었던 각각의 해결책들은 자본의 성장에 있어 전유와 축적을 위한 새로운 경계를 열어젖혔다. 

143쪽
사회적인 붕괴를 피하려고 영속적인 성장을 필요로 하는 기묘한 처지에 놓이는 것이다. ...... 성장이 멈추면 기업은 파산하고, 정부는 사회 서비스에 돈을 대기 위해 버둥거리고, 사람들은 일자리를 잃고, 빈곤이 증가하며, 국가는 정치적으로 취약해진다. 자본주의하에서 성장은 인간 사회 조직이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아니라 모두를 볼모로 잡는 정언명령이다. 

209쪽
효율성 향상에도 불구하고 원료 처리량의 증가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효율성 향상 때문에 원료 처리량의 증가가 발생한다. ...... 성장의 정언명령에 묶여, 기술은 적은 시간에 같은 양의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시간에 더 많은 일을 하는 데 사용된다. ...... 거듭 반복하건대, 성장의 정언명령이 최고 기술이 주는 모든 이익을 없애버린다. 

238쪽
GPI는 개인의 소비 지출(이는 GDP의 출발점이기도 하다)에서 출발하여 소득 불평등뿐 아니라 경제활동의 사회적 환경적 비용을 조정한다. 성장의 효용뿐 아니라 비용을 계산한 측정치이기 때문에 경제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에 대한 좀더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해준다. 

241쪽
다시 한번 말하지만, 연구자들은 중요한 것은 소득 자체가 아니라 소득이 어떻게 분배되는가라는 점을 발견했다. 불평등한 소득분배를 가진 사회에서는 사람들이 덜 행복한 경향을 보인다. ...... 그것은 사회적 신뢰와 응집력 그리고 연대를 잠식한다. ...... 소비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난다. ...... 우리가 끊임없이 더 많은 것을 원하는 까닭은 그것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이웃에 뒤처지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242쪽
공정하고 보살핌이 충분한 사회, 모든 이들이 사회적 재화에 공평한 접근권을 갖는 곳이라면 일상의 기본적 필요를 어떻게 해결할지를 염려하는 데에 시간을 쓸 필요가 없어진다. 그들은 삶의 예술을 즐길 수 있다. 이웃들과 끊임없는 경쟁 속에 있다고 느끼는 대신, 사회적 연대의 유대감을 만들 수 있다. 이 결과는 훨씬 낮은 1인당 GDP에도 불구하고 미국보다 훨씬 높은 행복 수준을 가진 나라들이 왜 그렇게 많은지를 설명해준다. ...... 인간은 공유하고 협동하고 공동체를 이루도록 진화했다. 우리는 이런 가치들을 표출할 수 있는 환경에서 번영하며, 그것을 질식시키는 환경에서는 고통을 겪는다. 

247쪽
공공 서비스는 민간 서비스로 수행될 때보다 거의 언제나 덜 (탄소) 집약적이다. ...... 수돗물은 병입 생수에 비해 덜 집약적이다. 

249쪽
사람들의 소득이 갖는 복지 구매력을 향상시키고, 어떤 추가적 성장의 필요 없이도 모두가 번영하는 삶을 만들 수 있다. 정의justice는 성장의 정언명령에 대한 해독제다. 그리고 기후위기를 해결하는 열쇠다. ...... 그런데도 여전히 성장주의 서사는 엄청난 위세를 떨치고 있다. 왜일까? 성장이 우리 사회의 가장 부유하고, 가장 권력 있는 분파들의 이해에 복무하기 때문이다. ...... 이러한 데이터를 검토해보면, 성장주의는 이데올로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분명해진다. 우리 공동의 미래를 희생하여 소수에게 이익을 가져다주는 이데올로기 말이다. 

261쪽
우리가 이미 가진 것을 좀더 공평하게 공유하는 방법들을 찾을 수 있다면, 지구를 더 많이 강탈할 필요가 없다. ...... 좀더 공평한 사회에서 사는 것과 생태적 재앙의 위험을 감수하는 것 사이의 선택. ...... 그들은 지금과 같은 세계 소득분배를 유지하기 위해 지구를 희생시키는 편을 택할 것이다. 

266쪽
한 세대 뒤인 1968년, 미국의 정치인 로버트 케네디는 캔자스 대학에서 한 연설에서 같은 메시지를 전했다. "GDP는 우리의 위트도 용기도, 우리의 지혜도 배움도, 우리의 열정도 조국에 대한 사랑도 측정하지 않습니다. (...) 그건 간단히 말해서, 삶을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을 제외한 모든 것을 측정합니다." ......GDP는 사회적 생태적 비용을 외재화한다. 

272쪽
탈성장은 GDP를 줄이는 것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 탈성장은 전체적으로 다른 종류의 경제로 전환하는 것이다. 일단 탈성장 경제는 성장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자본의 끝없는 축적 대신, 인간의 번영과 생태적 안정성을 중심으로 조직된 경제다. ...... 실제로 우리는 사람들의 삶을 향상시키면서 탈성장을 할 수 있다. ...... 사실 성장 지향 체제에서는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을 회피하고, 심지어 욕구 자체를 영구화하는 것이 목표일 때도 많다. 

276쪽
전자 쓰레기의 대부분은 계획적 진부화로 인해 만들어진다. ...... 우리는 자본주의를 합리적 효율성에 기반하여 건설된 체제라고 생각하지만, 현실에서는 정확히 반대다. 계획적 진부화는 일종의 의도된 비효율성이다. 비효율성은 이윤을 극대화한다는 측면에서 (기괴하게도) 합리적이다. 하지만 인간의 필요라는 관점에서 보면, 그리고 생태학의 관점에서 보면, 이는 미친 짓이다. ...... 혹자들은 너무 많은 스마트폰이나 세탁기를 구입하는 개인을 비난하고 싶겠지만, 그건 핵심을 놓치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런 기계의 희생자다. 개인을 비난하는 것은 우리의 주의를 체계적인 원인들로부터 엉뚱한 곳으로 돌리게 만든다. 

283쪽
광고 줄이기는 ...... 광고 때문에 쉼 없이 교란당하는 대신 우리의 판단, 상상력, 창조성을 따를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우리는 이런 (옥외 광고) 공간들을 예술과 시로, 또는 공동체를 건설하고 내재적 가치를 드러내는 메시지들로 채울 수 있다. 

295쪽
미국에서 수행된 연구들은 소득 변수를 통제하더라도 짧게 일하는 사람들이 길게 일하는 사람들보다 더 행복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 여가 시간이 더 적은 이들이 보다 집중적인 소비를 하는 경향이 있다. 그들은 고속 여행, 배달 식사, 충동구매, 쇼핑을 통한 기분 전환 등등에 의존한다. ...... 대조적으로 사람들이 일에서 벗어나 여유를 갖게 되면 생태적 영향이 더 적은 활동에 끌리는 경향을 보인다. 운동, 자원봉사, 학습, 친구나 가족들과 어울리기 같은 활동들 말이다. ...... 노동시간 단축은 우리가 취할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이고 효과적인 기후 정책 중 하나다. ...... "전반적으로, 현재의 연구들은 노동시간 단축이 잠재적으로 사회에 삼중의 배당을 제공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실업을 줄이고, 삶의 질을 높이며, 환경적 압력을 줄인다." 

298쪽
노동생산성 향상이 자본에 의해 전유되었기 때문이다. 노동시간을 줄이고 임금을 올리는 대신에, 기업들은 초과 이윤을 호주머니에 넣고 종업원들에게는 계속 이전과 같은 만큼 일하도록 만들었다. 말하자면, 생산성 향상이 인간을 노동으로부터 해방시키는 데 이용된 게 아니라 끊임없는 성장의 연료가 되었던 것이다. ...... 대체로 우리는 자본주의가 자유와 인간 해방의 원칙을 중심으로 조직되었다고 생각한다. 자본주의가 우리에게 팔아먹은 이데올로기가 그것이다. ...... 진정한 자유의 약속은 영원히 유예된다. 

300쪽
그러나 소득 불평등만이 문제가 아니다. 부의불평등 역시 문제다. ...... 이러한 유형의 불평등이 갖는 문제는 부유층이 채굴 임대업자가 된다는 점이다. 돈과 자산을 쓸 수 있는 것 이상으로 축적하게 되면서. 그들은 부를 외부로 임대한다(그것이 주택이나 상업 자산이든, 특허권이든, 대부든 상관없이 말이다). ...... 사람들은 단지 부자들에게 임대료와 빚을 갚기 위해, 실제로 필요로 하는 것 이상을 얻으려고 더 많이 일을 하고 돈을 모아야 하기 때문이다. 거의 현대판 농노제나 다름없다. 

303쪽
우리가 과도한 산업 생산의 규모를 줄이면 노동, 소득, 부를 보다 공평하게 분배함으로써 생계에 미치는 영향을 완화할 수 있다. ...... 인간의 복지에 관해서라면, 중요한 것은 소득 자체가 아니라는 것을 기억하자. 문제가 되는 것은 소득의 복지 구매력이다. ...... 우리는 지속적인 소득 증가가 필요하지 않도록 커먼즈들을 복원하건, 새로운 커먼즈를 창출하는 선택을 할 수 있다. 



307쪽
실업의 끊임없는 위협은 일자리의 인위적 희소성에 기인한다. ...... 불평등은 소득의 인위적 희소성을 영속화한다. ...... 계획적 진부화는 인위적 희소성의 또 하나의 전략이다. ...... 시간에 대한 인위적 희소성도 ...... 기업에 돈을 지불하는 것 말고는 선택지가 없게 만든다. ...... 거듭해 말하건대, 희소성은 성장을 위해, 의도적으로, 창출된다는 것이 분명해진다. ...... 성장 지향의 체제 속에서, 목표는 인간의 필요를 충족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필요 충족을 회피한다. 이는 불합리하며 생태적인 폭력이다. ...... 희소성이 성장을 위해 창출된다면, 인위적 희소성을 뒤집음으로써 성장을 불필요하게 만들 수 있다. 공공재의 탈상품화, 커먼즈 확장, 노동시간 단축과 불평등 감소를 통해 우리는 사람들로 하여금 추가적인 성장의 요구 없이도 잘 살아가는 데 필요한 재화에 접근하도록 보장할 수 있다. ...... 결과적으로 경제는 덜 만들어낼 것이고, 그렇다, 필요도 덜 하게 될 것이다. 더 작지만 그럼에도 훨씬 풍요로워질 것이다. ...... 풍요가 성장의 해독제임이 드러나는 것이다. 



314쪽
아마도 데이비드그레이버만큼 이를 잘 표현한 이도 없을 것 같다. 
"(부채 탕감은) 그것이 실제 인간의 고통을 경감해주기 때문만이 아니라, 화폐가 절대적인 게 아니라는 점을 우리 스스로에게 환기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유익하다. 부채를 지불하는 것은 윤리의 핵심이 아니며, 이 모든 것은 인간이 배치한 장치이다. 만약 민주주의가 뭔가 의미가 있다면, 그것은 모든 것을 다른 방식으로 배치하는 데 동의할 수 있는 능력일 것이다. 

317쪽
은행들은 대부하는 모든 것에 원칙을 만들지만, 자기들이 지불해야 할 이자에 필요한 돈은 만들지 않는다. 언제나 적자고 언제나 희소성이 존재한다. 이러한 희소성은 격심한 경쟁을 만들고, 모든 이들이 (더 많은 빚을 지는 걸 포함해서) 부채를 되갚기 위해 돈을 벌 방법을 찾아 나서게 한다. 당신이 의자 뺏기 놀이를 본 적이 있다면, 이게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할 것이다. ...... 그러나 진정 인간 본성이 우리를 그렇게 행동하도록 만드는 것일까? 아니면 단지 게임의 규칙이 인간을 그렇게 만드는 걸까? 

324쪽
하지만 직접 민주주의를 통해 그룹들이 집단적으로 결정을 내리도록 요청받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68퍼센트가 이기적 소수를 통제하고 그들의 파괴적 충동을 제어할 수 있었다. ......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인간 본성'이 아니다. 소수의 사람들이 본인의 사적 이익을 위해 우리의 집단적 미래를 방기하는 일이 허용되는 어떤 정치체제가 문제인 것이다. ...... 소득분배가 점점 불평등해질수록, 부유층의 경제 권력은 정치 권력의 증가로 직접 전환된다. 부유층이 우리의 민주주의 체제를 장악해버렸다. ...... 보다 생태적인 경제를 위한 우리의 투쟁이 성공하려면 민주주의를 가능한 한 확장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 즉 자본주의는 반민주적이 되는 경향을 가지며, 민주주의는 반자본주의적이 되는 경향을 갖는다. 

340쪽
아추아족에게 정글이란 단지 생존의 원천이 아니다. 친밀한 연결과 유대로 가득 찬 영역이다. ......아추아족은 자신들과 비인간 사람들이 근본적으로 상호 의존적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들 없이 자신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존재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들의 운명은 하나로 묶여 있다. 

344쪽
맞다, 인간은 큰부리새를 사냥하고 덩이뿌리를 캐지만, 이런 활동이 추출이 아니라 교환이라는 생각 위에서 이루어진다. 이는 상호 존중의 문제다. 여기서 작동하는 도덕적 코드는 절대로 취하지 않는다는 것(그렇다면 금방 붕괴에 이를 것이다)이 아니라, 다른 쪽이 기꺼이 줄 수 있는 이상을 취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달리 말해 생태계가 재생할 수 있는 한도를 넘어서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당신이 의지하는 생태계를 파괴가 아닌 풍부하게 만들 수 있는 행위를 통해, 반드시 이를 되돌려주도록 해야 한다. 

347쪽
(애니미즘의) 핵심 원칙은 한문장으로 축약될 수 있다. 모든 것이 긴밀히 연결되어 있으므로 그에 따라 행동하라. ...... 원주민들은 생명을 보호해 왔다. ...... 자비심이 우러나서 혹은 그것이 아름다워서가 아니다. 그들이 모든 존재의 근본적인 상호 의존성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364쪽
지능의 단순 비교는 다른 유형의 지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이해하지 못하게 만들고 만다.

367쪽
사자가 사냥하는 장면을 본 적이 있다면 알겠지만, 포식의 순간들을 확대해 보면 그것들은 확실히 끔찍하다. 하지만 시야를 넓히면 뭔가 다른 일이 일어나고 있음이 뚜렷해진다. 포식은 균형과 평형에 관한 어떤 것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알래스카의 늑대는 순록의 개체 수를 억제해준다. ...... 이러한 상호 의존은 생태계의 역량과 복원력을 키우고, 말 그대로 네트워크를 살찌운다. 

370쪽
비윤리적인 것은 당신이 필요한 것 이상으로, 당신이 되돌려줄 수 있는 것보다 많이 취하는 것이다. 비윤리적인 것은 착취, 추출, 그리고 아마도 가장 나쁜, 폐기다. ...... 재생가능한 것 이상을 추출하지 않고, 안전하게 흡수할 수 있는 것 이상을 폐기하지 않는다. ...... 당신이 농장을 공장이 아닌 생태계로 다룬다면, 농산업의 단기적 추출 논리에 반하는 땅과의 관계 맺기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379쪽
결국 우리가 '경제'라고 부르는 것은 우리가 서로와 맺는, 그리고 생명세계의 나머지와 맺는 물질적 관계다. 우리는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이 관계가 어떠하기를 바라는가? 지배와 추출의 관계이기를 바라는가 아니면 호혜와 돌봄의 관계이기를 바라는가? 


[네이버 책] 적을수록 풍요롭다 - 제이슨 히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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