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다라 마바사

투명한 기사식당 찾아요

몽자크 2024. 8. 10. 00:01

기시식당 백반집

 

기사식당은 어이하여 쉬이 내부를 들여다볼 수 없게 만들어 놓는 것일까? 백반집 인수인계를 앞두고 있다 보니 별 게 다 궁금하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또 별 게 아닌 게 아니다. 하고많은 음식점들 중 백반집, 기사식당 유를 유심히 보다 보니 유난히 내부를 꼼꼼히 가려놓는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궁금하다. 일부 사례를 내가 지나치게 일반화한 것인지, 진짜 그 부류의 식당은 그런 특징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

 

어떤 식당이든 문에 들어서면서부터, 아니 차를 대고 앞마당에 발을 디디면서부터 그날 저녁 소주 한잔으로 하루를 마무리할 때까지 넘치는 애정과 과도한 지적질로 험담과 칭찬을 뒤섞어 수군대기 일쑤다. 취미이자 특기라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열심이다. 그런 나의 눈에 요상한 지점이 잡힌 것. 기사식당은 왜 하나같이 내부를 꽁꽁 싸매고 있는가.

 

음식점은 대개 건물의 외벽라인 1층에 위치한다. 접근성과 홍보 면에서 뛰어나기 때문이다. 계단이나 엘리베이터를 거치지 않고 다다를 수 있는 접근성. 1층이 유리하다. 건물 바깥에서 음식점의 한쪽 면 이상을 볼 수 있다면 홍보 효과도 노릴 수 있다. 그 앞에 세워진 차량 대수가 호객 행위를 할 수 있고, 지나가는 이가 내부에 대문짝만하게 써붙인 대표 메뉴를 보고 저녁 약속 장소로 찜할 수도 있다. 깔끔한 내부, 이용 중인 고객의 연령층, 가족 모임 혹은 회식 자리를 짐작하게 하는 식당 안 분위기, 오픈 시간 직후 손님은 없지만 텅 빈 테이블 사이를 오가며 점심 장사를 준비하는 직원들의 빠릿빠릿한 움직임. 어떤 찰나가 손님을 잡아끌지 모를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물의 외벽라인 1층에 위치한, 그러니까 가능한 홍보 수단을 이미 가진 매장이 그 효과를 스스로 차단하고 있으니 무슨 사정인지 궁금할 수밖에. 유리벽에는 반투명 내지 불투명한 필름이 붙어 있거나 새롭게 출시한 메뉴 혹은 방송 출연 사실을 자랑 삼아 박아 넣은 현수막으로 덮여 있다. 흔한 풍경이다. 대체 왜냐고!

 

아들 정과 며느리 김, 특기를 뽐내본다. 떠오르는 대로 이유를 들어보는 거다. 주 고객인 기사님들의 프라이버시를 지켜주기 위해서. 식사 중인 모습이 고스란히 투명한 유리를 타고 바깥에 노출되는 것을 기사님들이 꽤 꺼린다는 추측. 그분들을 배려한 사장님의 묘책으로 '유리창 가림막'이 등장했을지 모른다는 얘기다. 혹, 기사님들이 주 고객임을 숨기고 싶은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4인용 테이블에 주로 혼자 앉아 식사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기사님들이 띄엄띄엄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는 모습이 잡히면 일반 고객들이 들어서기 불편하지 않을까 해서 말이다. 그런데, 말이 되나. 간판이 기사식당인데. 그렇다면 다음. 금연과 연결 짓는다. 식당 내 금연이 언제부터였더라. 언제였든 분명 과도기는 있었을 터. 불법이라지만 암암리에 식후 흡연 혹은 반주 중 흡연이 이루어지던 곳이 기사식당이었다면? 불법이라며 기사님들을 다그치기도 뭣하고 영업장 내 흡연 사실이 발각되어 벌금을 물 수는 없는 노릇이니 외부인의 눈을 피하기 위해 사장님들이 꺼내든 궁여지책은 아니었을까. 

 

당분간은 눈에서 레이저를 거두기 어려울 것 같다. 기사식당, 백반집만 눈에 띄면 안이 얼마나 훤히 들여다보이는지 한 집이라도 더 따져볼 참이다. 물론 눈 비비고 본다고 이유를 찾긴 어렵겠지. 직접 그 안에서 일하다 보면 깨달음을 얻을 수 있으려나. 계약한 매장의 잔금을 치르고 인수인계를 받을 그날. 딱 30일하고도 5일이 남았다. 이마를 유리에 바짝 붙이고 들여다봐도 실루엣조차 보이지 않는 곳이 다름 아닌 우리가 계약한 바로 그 매장. 투명한 쇼윈도를 자랑하리라, 지금 품고 있는 다짐이 뭣 모르는 객기였다며 흔적도 없이 잊혀질지 기사식당이 이렇게 산뜻할 수도 있답니다, 귀엽게 새로운 장르를 열어갈지 기대와 걱정이 난무하는 하루다.

 

 

2024. 07. 26. 금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