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철학에도, 니체의 사상에도 문외한이다. 니체의 인생론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INTJ로서 내가 겪는 대중과의 불협화음이 성향의 차이인지 단지 개인적인 문제일 뿐인지 궁금해서다. 영화 <뷰티풀 마인드>의 실제 주인공 존 내쉬에게서 받은 위로처럼, 니체는 말해 줄지 몰라서다.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거라고. 위로를 찾는 것 또한 INTJ의 나르시시즘이 반영된 결과다. 니체의 사상을 훑어보며 새삼 깨닫는다. INTJ의 강한 자기애적 성향은 그에 못지 않게 강한 '성찰'의 성향으로 오류를 면할 수 있다는 것을.

 

"나는 이 책을 몇몇 소수의 사람들만을 위해 썼다. 이 책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아직 태어나지 않았다. 아마 내가 죽은 후에야 내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귀를 가진 사람들이 나타날 것이다. 사람들이 내 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좀 더 진지해져야 하고, 나의 격정을 잘 견뎌 내야 한다. 그리고 가혹하리만큼 정직하지 않으면 안 된다. - 프리드리히 니체"

 

100% 공감하는 몇 구절만 뽑았다. 소제목과 순서는 개인적으로 구성한 것이다.  

 

#  주체적인 삶

 

모든 인간은 시대를 막론하고 자유인과 노예로 나뉜다. 하루의 3분의 2를 자신을 위해 쓰지 않는 사람은 분명 노예다. 바쁜 것을 큰 자랑이나 벼슬처럼 여기는 시대에 진정한 행복을 누리는 사람은 바로, 바쁜 사람들이 경멸하는 한가한 사람들이다.

 

사람들의 생활양식이나 인생관은 대개 실제로 살아 보고 경험해 본 결과를 통해 선택된 것이 아니라, 습관에 의해 타의적으로 의루어진 것이다.

 

자신의 도덕으로 스스로 나아갈 방향과 운명을 창조하는 사람을 나는 사랑한다. 이런 사람은 자신의 도덕 때문에 살고, 자신의 도덕 때문에 죽는다.

 

왜 사는지 아는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할지도 잘 알고 있다.

 

자기만족은 감기도 막아 준다. 한겨울에도 짧은 치마 차림에 멋부리며 다니는 여자는 감기도 안 걸린다.

 

약한 의지는 중심이 없어서 힘이 흔들리고 분산된 상태에서 나타나는 현상이고, 강한 의지는 목표와 방향이 한 가지로 결정되어 모든 힘이 한 군데로 모일 수 있는 조건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애초부터 의지가 약한 사람 또는 의지가 강한 사람으로 나눌 수는 없다.

 

소유하는 것이 적은 사람은 남에게 소유되는 일도 적다.

 

#  감정

 

행위는 약속할 수 있지만 감정은 약속할 수 없다. 한 남자가 한 여자를 영원히 사랑하겠다고 약속하는 것은 사실상 무의미하다.

 

분노는 질투보나 고차원적인 감정이다.

 

냉정한 사람만이 공정할 수 있다.

 

#  고독한 현자

 

이 세상의 모든 존재는 지금까지 자신을 뛰어넘는 무언가를 향해 진화해 왔다. 그러나 인간만이 이 거대한 흐름을 거슬러 반대로 나아가고 있다. 인간은 스스로를 뛰어넘기는 커녕 오히려 동물로 되돌아가려 하고 있다.

 

선택의 폭이 거의 없는, 비좁은 틀에 충실한 아이들을 우리는 착하다고 말한다.

 

고귀한 사람은 소위 착하다는 사람들에게 방해가 된다. 착하기만 한 사람들은 낡은 것을 원하고 낡은 것이 보존되기를 바라지만, 고귀한 사람은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새로운 미덕을 드려내려 하기 때문이다.

 

제아무리 아름답고 훌륭한 작품이라 해도 그것을 무대에 올리는 연출자와 배우가 없다면 사람들은 그것을 감상할 수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연출자와 배우를 위대하다고 한다. 하지만 진정 위대한 것은 창작을 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창작하는 사람의 위대함을 잘 모른다. 다만 연출자와 배우에 대해서만 위대하다고 느낄 뿐이다. 세상은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조용히 돌아가고 있지만, 군중과 명성은 배우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세상은 이렇게 돌아가는 것이다. 시장은 이처럼 위대한 광대들로 가득 차 있고, 군중은 그들을 자랑으로 여긴다. 그리하여 그러한 광대들이 당대의 지배자가 된다.

 

진리를 사랑하는 사람들이여, 절대 권력으로 억압하려 드는 자들을 부러워하지 말라. 예로부터 시장과 명성으로부터 동떨어진 곳에서 위대한 것이 탄생했으며, 진리가 발견되었다. 그러므로 고독으로 돌아가라. 시장에서는 똥파리들에게 시달릴 뿐이다. 거센 바람이 사정없이 부는 곳으로 가라. 파리채가 되는 것은 우리 운명이 아니다.

 

그들은 당신의 모든 미덕 때문에 당신을 괴롭힌다. 당신의 말없는 긍지는 항상 그들의 비위에 거슬린다. 오히려 한 번쯤 아무런 긍지도 없는 허수아비처럼 행동하면 그들은 좋아 날뛴다. 그들은 당신 앞에서 자신의 초라함을 느끼며, 열등감 때문에 숨어서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다. 당신이 그들에게 다가갔을 때 그들은 가끔 입을 다물지 않았던가? 꺼져 가는 불길에서 연기가 사라지듯, 힘을 잃지 않았던가? 그들에게 당신은 양심의 가책이다. 당신을 증오하며 피를 빨아먹으려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그들은 언제나 똥파리에 지나지 않는다. 당신이 느끼기에 위대한 것은 그들에게 해로운 것, 그들을 더욱 똥파리로 만드는 것이 분명하다.

 

타인과 사귀는 것은 자신의 개성을 파괴하는 것이다.

 

군중은 이렇게 말한다. "자신을 찾는 사람은 결국 방황하게 될 뿐이다. 고립이란 죄악이다." 그리고 당신은 그러한 군중 속에 너무 오랫동안 속해 있었다. 군중의 소리는 아직도 당신 귀에 쟁쟁할 것이다.

 

선량한 사람들, 정의롭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을 조심하라. 그들은 자신만의 미덕을 창조하려는 사람을 십자가에 즐겨 못 박기 때문이다. 그들은 고독한 사람을 증오한다.

 

#  기독교의 오류

 

독일 철학은 신학자들 때문에 황폐해졌다. 개신교의 가르침에 대한 정의를 내리라고 한다면, 나는 이성의 반신불수라고 말하고 싶다.

 

지금 인간은 험난한 현실에서 자신의 생존을 걱정해야 하고 질병, 고통, 근심에서 벗어나기도 힘겨운 판인데, 인간 존재의 근본적인 이유와 목적-종교에서 가르치는 행복한 삶-이 무엇인가를 묻는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그것은 마치 격심한 폭풍우 속에서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한 선원에게 바닷물의 과학적 분석 결과에 대해 묻는 것과 같다.

 

나는 인간이 이 지상에 충실한 사람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저 먼 별나라를 위해 자신을 버리고 희생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초인의 땅이 될 이 지상을 위해 희생하는 사람을 나는 사랑한다.

 

신을 변호하는 자들이나 신학자들은 악이 지배하고 있는 세상에 대해 화를 내고 불평을 계속하면서 이 세상을 졸렬한 작품이라고 주장한다. 신을 변호하는 자들의 이러한 주장은 신에 대한 모독이 아닐 수 없다.

 

모든 종교의 예배 행사는 참석한 신도들로 하여금 순수한 이성적 사고를 박탈하기 위해 온갖 감각적인 기교와 장치를 동원해 왔다. 건축 양식, 조명, 성가의 멜로디, 설교나 기도의 어조, 신의 고난을 연상시키는 공간 등이 그 예다.

 

#  자기 합리화

 

남에게 명령하는 사람은 그러한 명령을 내리기 위해서, 자신이 누군가에게 봉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것을 명령하는 자의 도덕적 위선이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왕이나 수상은 자기가 국가를 위해 봉사하기 떄문에 명령하고 있고, 백성들은 자기 말에 복종해야 한다고 여긴다. 또한 종교 지도자는 자신이 신의 대리자이거나 신에게 봉사하기 때문에 명령하는 것이고, 그래서 그 명령이 떳떳한 것이라고 여긴다. 명령하는 자들은 양심의 가책을 받지 않기 위해 자기보다 높은 존재인 조상, , 정의, 신의 대리인처럼 행동해 왔다. 그리고 온순하게 복종하는 사람들에게는 인간적인 미덕을 내세운다. 그들이 근면하고 의로우며 겸손, 절제, 동정심을 갖추고 있다는 말로 그들을 위로하는 것이다. 카이사르, 프리드리히 2,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대표적이다.

 

여자는 살림의 책임과 힘의 강도를 이유로 전쟁터에 남자를 내보내 자기를 보호하면서, 한편으로는 사랑을 우상화함으로써 일과 성취욕에 매달리는 남자에 비해 자신의 위상을 높이려 한다.

 

#  성찰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순간은 바로, 자신에 대한 경멸을 체험할 때다. 자신의 행복과 이성과 도덕에 구역질을 느끼는 바로 그 순간이다.

 

당신에게 어떤 미덕이 있다면, 그리고 그것이 오로지 당신에게만 속한 것이라면, 그 미덕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 수는 없다. 미덕에 어떤 이름을 붙이고 남들 앞에서 젠 체하며 떠벌린다면, 참으로 고상하던 그 미덕을 수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게 되는 동시에, 그 미덕은 어리석은 무리 속에서 변질되고 말 것이다.

 

우리는 침묵이 용납되지 않을 때를 제외하고는 어떠한 말도 해서는 안 된다. 말을 하더라도 자기가 실제로 체험하고 극복한 것에 대해서만 이야기해야 한다. 그 밖의 말이란 쓸데없는 것이거나 공연히 지어낸 것이며, 인격이 도야되지 않아서 나오는 것이다. 내 책의 모든 내용은 내가 직접 체험하고 극복한 것들뿐이다. 거기에는 나 자신도 전에는 몹시 싫어했거나 적으로 여겼던 모습도 들어 있고, 가장 오만한 나의 모습도 들어 있다. 그것들도 내가 극복한 것들이다.

 

#  섭리

 

육체적 불구나 결함을 지닌 사람의 특정 기능이 정상인보다 크게 향상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또 하나의 다른 기능이 결함이 있는 기능을 보완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가 천재라고 부르는 사람들은 어떤 다른 기능에서는 열악한 바보라는 뜻이다. 모든 기능이 정상적으로 가동된다면 전채성이 나타날 이유도 없는 것이다. 자연 현상도 예외는 아니다. 적도 지방이 태양열로 이상 고온이 되면 북극의 빙하가 불어난다. 자연의 어떤 결함이 빙하를 꺠는 전혀 다른 기능으로 나타내는 예다.

 

 

 


어떻게 살것인가 (니체 인생론 에세이)

저자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출판사
해누리 | 2005-02-14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니체의 철학적 고민을 보여주는 니체의 인생론 에세이를 엮은 책....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Posted by 몽자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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