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정보를 찾고, 소식을 듣고 전달하며, 생각과 마음을 나누고 있다.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항상 통하고 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정보, 그리고 정보와 정보가 끝없이 연결된 네트워크. 나와 너와의 관계는 무한히 확장돼 사회를 움직이는 파워가 된다. 우리는 이것을 'SNS'라 부른다. 쌍방향 소통의 혁신적인 도구로, 우리 국민의 절반이 이용한다는 SNS. 그런데 정말 SNS는 기대만큼 소통이 잘되는 공간일까?

 

얼마나 믿나? 뭘 보고 믿나?

 

SNS 이전, 정보의 주 전파자는 신문이나 방송, 인터넷 등이었다. SNS시대에 개인은 정보의 소비자이자 생산자일 뿐 아니라, 그 자체로 정보가 오가는 네트워크다. 그리고 그 네트워크는 개인의 인맥으로써 사교의 연결망이 된다.

 

            최준호  연세대학교 정보미디어대학원 교수  처음부터 아예 모르는 사람과 맺어지는 게 아니라 아는 사람을 통해 맺어지고, 중간에 놓인 아는 사람이 서로를 연결시켜 준다. 아는 사람을 통해 상대방에 대한 평판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에, 소스에 대한 신뢰도도 가질 수 있다.

 

내가 선택한, 내가 아는 사람으로 이어진 SNS신뢰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 그렇다면 SNS에 대한 신뢰도는 얼마나 높고, 특히 어떤 경우에 더 높은 신뢰도를 보일까?

 

<실험1>

먼저, 진위가 의심스러운 정보를 받았을 때 발신자가 누구냐에 따라 그 정보의 신뢰도가 다른지 알아봤다. 실험 결과, 유명인과 친한 친구에게서 받은 글의 신뢰도가 높았고, 특히 SNS에서 영향력 있는 유명인이 보낸 글이 가장 높은 신뢰를 얻었다.

 

            최준호  연세대학교 정보미디어대학원 교수  후광효과라는 것이 있다. 진실여부를 확인하고 보낸 글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영향력 있는 유명인이 보낸 경우 신뢰도가 높게 나타나는 효과다.

 

<실험2>

이번에는 가상의 뉴스를 뉴스 사이트 SNS로 받았을 때의 신뢰도를 각각 평가했다. SNS에서는 사실 확인 절차가 존재하지 않는데도, 그 신뢰도가 공신력 있는 뉴스 사이트의 신뢰도와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최준호  연세대학교 정보미디어대학원 교수  曰 상식적으로는 뉴스 사이트를 통해 얻는 뉴스가 전문기관, 전문 언론인이 생산·유통한 것이기 때문에 지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는 SNS에서 얻는 뉴스보다 신뢰도가 더 높을 것 같지만, 실상은 둘 사이에 큰 차이가 나타나지 않는다. 이는 SNS이미 언론매체로서의 기능을 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실험3>

'사실이 아니'지만 공감을 뜻하는 '좋아요'가 많은 메시지를 보내고 그 반응을 살펴봤다. 실험 결과, 잘못된 정보임에도 다른 사람들이 '좋아요'라고 반응을 많이 한 경우, 훨씬 믿을 만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준호  연세대학교 정보미디어대학원 교수  曰 제품의 품질을 정확히 모르는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이 선택한 제품이라고 하면 흔히 그 품질에 대한 긍정적 기대치를 가지고 구매를 결정하게 되는데, 이와 같은 심리가 SNS의 정보 유통에도 반영된다고 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했기 때문에 정보의 진위와는 별개로 신뢰성 있는 메시지일 거라 가정하게 되는 것이다.

 

아는 사람들로 묶인 네트워크이기 때문에 신뢰도가 높고,

그래서 더욱 정보의 오류에 빠지기 쉬운 SNS.

여기서 또 하나의 비밀이 시작된다.

 

(), 하고 있나?

 

양극화

 

지난달 4, 박근혜 대통령이 새 정부조직법의 국회 통과를 촉구하는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다. 대통령의 담화문이 발표되자 SNS에선 담화문을 바라보는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져 나왔다. SNS 분석업체의 도움을 받아 담화문 발표 직후 SNS의 동향을 살펴봤다.

 

담화문이 발표된 하루 동안 모두 1,200여 명이 8,760개의 박근혜 대통령 관련 글을 쏟아냈다. 1,200명을 점으로 찍고 8천여 개의 글이 어디에서 시작해 누구에게 확산됐는지 경로를 그렸다. 그랬더니 SNS 글의 전파 경로가 커다란 두 개의 구 형태로 나타났다. 왼쪽 진영에서 많이 전파된 글을 살펴보니, 대통령 담화에 대한 비판적인 내용이었다. 오른쪽 진영은 청와대 등에 대한 지지의 글이 보였다.

 

글들의 성향에 따라 위치를 정한 게 아니라 글들의 전파 경로를 중첩시켰을 뿐인데,

비판적인 글은 왼쪽, 지지하는 글은 오른쪽 진영에서만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두 진영 사이에서 골고루 소통하SNS 이용자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소통이 가장 잘 이루어진다는 SNS 안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종대  SNS 분석업체 이사  SNS에는 원심력과 구심력이 동시에 존재한다. 원심력내가 동의하는 것, 보고 싶은 것이 아닌 것에 대해 밀어내고 멀어지게 하는 성향이다. 한편, 구심력내가 하는 말에 동의하고 긍정적 답변을 보내는 이들과 좀 더 가까이 끌어당기는 성향이다. 이 두 가지가 양극화를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가운데서 연결해 주는 그룹이 없다는 것은 한쪽에서 나오는 의견이 다른 쪽 사람들에게는 전혀 노출이 안 되고, 자기와 비슷한 성향을 가진 이들에게만 노출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현상이 한국만의 특징일까, 아니면 SNS 자체의 속성일까? 지난 2010미국 인디애나 대학 연구진이 의회 중간선거 당시 트위터를 통해 메시지 확산 과정을 살펴봤더니 보수·진보가 구분되지만 두 진영을 연결하는 중간 지대가 상당히 나타났다.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曰 한국 트위터 사용자들은 미국 트위터 사용자들보다 정치적인 편향성이 훨씬 강하다. 한쪽으로 쏠리는 현상, 진보·보수 간의 양분, 이 두 가지가 다 미국보다 심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이 곧 한국과 미국의 트위터 사용자들이 가지는 큰 차이점이다.

 

신문을 1면부터 32면까지 보다 보면, 관심 있는 정보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정보도 있다. 관심 없는 정보라도 일단 보게 되면 다양한 정보를 얻게 된다. 그런데 SNS에서는 관심 있는 정보만 선택, 관심 없는 정보는 아예 보이지 않게 설정해 놓을 수 있다. 불필요한 정보를 안 볼 수 있다는 얘기는 새로운 정보에 노출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준한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曰 친구 관계를 맺을 때도 내가 테크놀로지를 좋아하면 그와 관련된 정보를 줄 수 있는 사람, 정치적으로 진보적인 성향이면 진보와 관련된 정보를 줄 수 있는 사람만 골라서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이다. 너무나 많은 정보들이 쏟아지다 보니 불필요한 정보까지 소비하고 싶지 않다는 데서 비롯되는 현상이다. 결국 정보를 소비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정보의 편향성, 그룹화가 일어난다.

 

일방적

 

우리나라 분석업체들은 SNS 공간 상에 올라오는 모든 글들을 수집해 분석한다. 이곳에 하루 500만 개 꼴로 쏟아져 들어오는 한글 트위터 글을 분석하면, SNS에서의 소통이 우리 기대와 달리 쌍방향의 민주적인 모습이 아니라는 점이 드러난다.

 

2013 1월 한 달 동안 한국에서 생산된 트위터 글은 1 6천만 개, 트위터 이용 인구는 610만 명 정도. 그런데 이전 6개월 동안 글을 한 번도 작성하지 않는 사람이 반이 넘었다. 또 트위터 인구의 13% 79만 명이 전체 글의 95%를 생산했다. 더욱이 작성된 글 중 2/3는 다른 사람의 글을 퍼나르거나 답을 한 경우여서, 온전히 새로 만든 글은 1/3 정도에 불과했다. 결국, 극소수가 말을 하면 소수가 퍼뜨리고, 다수는 이를 듣기만 한다는 일방적인 소통이 주로 이루어지면서 여론을 가늠하기 어려운 공간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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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나리  SNS 분석업체 이사  曰 사실 글을 읽고 있는 유저들이 대다수라고 봐야 한다. 상위 유저들이 많은 대화량을 독점한다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다른 소셜미디어서비스 툴과 함께 고려, 수렴해야 한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SNS 이용자들은 문화적 특성으로 볼 때 당연히 전체 국민과는 차이가 있는 특정한 집단이다. 따라서 SNS를 대한민국 여론의 표본으로 보는 것에는 상당한 오류가 있을 수 있다.

 

차별성

 

하지만 이같은 의구심이 SNS의 등장으로 부풀었던 새로운 소통에 대한 희망까지 뒤흔들 만한 것은 아니다.           

 

            이종대  SNS 분석업체 이사  SNS상의 유력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였기 때문에 기꺼이 그들이 리트윗하고, 그 리트윗을 통해 그들과 얽혀 있는 다른 사용자, 즉 팔로워들이 능동적으로 리트윗하면서 거대한 이슈로 확대될 수 있었던 사례들이 있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曰 소수의 사람들이 광장히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건 사실인데, 영향력 순위로 작년에 상위 1%에 속한 사람과 금년에 상위 1%에 속했던 사람이 얼마나 같은지를 비교해 보면, 1년 사이에 대략 70%가 바뀐다. 한 사람이 긴 시간 동안 영향력을 독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아무리 영향력이 크더라도 사람들이 공감하지 않으면 전달되지 않기 때문이다.

 

네트워크상의 주요 거점 - 싸이, thanks to 싱가폴

 

지난 해 전세계 돌풍을 일으킨 싸이의 강남스타일. 소셜미디어와 SNS가 인기 확산의 요인이다. 하지만 영미권의 유명 연예인들이 강남스타일을 언급하면서 인기가 세계적으로 확산됐다고 알려진 것과 달리, 비밀은 다른 곳에 있었다.

 

강남스타일이 등장한 직후 전세계에서 강남스타일이 언급된 규모는 하루 2~3만 개 수준. 우리나라와 동남아 한류권이 확산의 주무대였다. 그러나 팝가수와 인기 프로그램 진행자, 브리트니 스피어스와 저스틴 비버 등 세계적인 스타들이 싸이를 지목하기 직전 보름 동안 트위터 글을 살펴봤다.

 

엉뚱하게도 평범한 싱가폴 사람들이 튀어나왔다.

트위터에서 오랜 기간 강남스타일을 와글와글한 장본인이었다.

영어를 사용하고 한류권에 속한 이들이 영어로 강남스타일을 소개했고,

이를 통해 영미권 SNS로 돌풍이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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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대  SNS 분석업체 이사  曰 싱가폴 계정에서 영어를 많이 활용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또한 이들이 영미권 사용자들과 상당수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강남스타일을 전파하는 가교 역할을 하지 않았나 판단된다. 이렇게 교두보를 통해 중심부로 진입하게 되면 얼마든지 중심부에서도 주목 받을 수 있는 컨텐츠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세계인과 소통할 수 있는 컨텐츠로 네트워크 상의 주요 거점을 공략한다면 우리 문화산업이나 기업들에게 SNS는 세계로 통하는 비밀의 문이 될 수 있다.

 

현대사회의 인간 네트워크인 SNS는 양날의 칼과 같다. 많은 이들을 이어주고 서로가 서로를 공유하지만, 때로는 의견의 양극화와 잘못된 정보의 통로가 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SNS에 대한 법적 규제에 대한 목소리도 높지만 SNS의 자정능력에 희망을 거는 사람들도 많다

 

참여와 소통, 공유를 할 수 있는 현대사회의 혁신적인 도구 SNS. 사람을 이어주고 생각을 이어주는 SNS'개인'이지만 결국 '우리 사회'의 이야기다. 10년 남짓의 역사지만 이제 SNS는 없어서는 안 될 우리 사회의 소통의 도구다. 그것을 가치있게 쓰는 것, 그것은 우리 개개인의 손에 달려있다.

 

 

우리가 모르는 SNS 비밀 | 2013-04-09 | 시사기획창 Link

 

Posted by 몽자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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