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TV가 뉴스K에 임하는 자세

- 그날의 오프닝 & 클로징, 5월의 기록 -

 

 

2014-05-12  오프닝

세월호 참사를 교통사고에 비유했던 KBS 보도국장이 새로운 사람으로 교체됐다. 유가족들이 처음 찾아갔을 때는 사과도 거부했던 KBS, 유가족이 청와대를 찾아가고 청와대가 모종의 개입을 한 뒤 즉각 취해진 조치다. 이를 두고 공영방송인 KBS 인사에 어떻게 청와대가 개입할 수 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유가족 입장에서는 조금이라도 요구가 수용됐다는 점에서 다행스러울 수도 있었던 일. 하지만 다행은 커녕 분노만 더 커졌다. 새로 KBS 보도국장에 임명된 백운기 기자. 그가 이른바 수요회 멤버로 MB 낙하산 사장의 비서실장을 지낸 이력이나 그가 간첩조작사건을 다룬 시사 프로를 보류시킨 장본인이라는 사실을 말하려는 게 아니다. 그가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의 고교 동문이란 사실도 잠시 접어둘 수 있다. 그는 유가족들이 KBS를 방문했을 때 KBS 로비 바닥에서 유가족 앞에 마주 앉았던 간부들 중 한 명이었다. 한 유가족은, 백운기 국장이 당시 유가족들 앞에서 껄걸 웃었다며 마치 동물원의 동물 취급을 당한 기분이었다고 증언했다. KBS 보도국장 인사에 개입한 청와대는 이 사실을 몰랐을까? 아니다. 유가족들은 청와대 홍보수석과 정무수석을 만난 자리에서 이 사실을 분명히 전달했다. 반품 신청했더니 폐품을 가져다준 격이다.

 

 

2014-05-12  클로징

국방부를 대변하는 국방부 대변인이 북한을 가리켜 '없어져야 할, 나라도 아닌 나라'라고 맹비난했다. 이 발언이 대통령의 통일 대박론과 정면으로 배치되기는 하지만, 무인기가 남한의 날조라는 북한의 비판이 나오자 욱하는 마음에 그랬겠거니 이해할 수도 있다. 이해할 수 없는 발언은 다른 데 있었다.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북한의 군사 능력이 별것 아니라는 듯한 발언을 했다. 그는 광명성1호가 궤도에 오르지도 못한 채 추락했다고 했고, 그동안 우리 군이 경계 대상이라고 지목해온 북한의 AN2기가 사실은 동구권에서 농약이나 치던 항공기라고 깎아내렸다. 정말 이해할 수 없다. 이런 북한이 어떻게 서해 얕은 바다에 잠수정을 침투시켜 세계 어느 나라도 실전에서 성공시키지 못한 버블제트 공격으로 천안함을 격침했는지, 어떻게 무인기들이 남한을 들락거리면서도 스스로 추락하지 않는 한 들키지 않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책임은 안 지고 돈만 써대는 국방으로 최첨단 버블제트와 농약 치는 항공기로 무장한 북한을 제대로 상대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MONZAQ  앞뒤가 맞지 않는 발언은 두 가지 상황에서 비롯된다. 앞뒤 둘 중 하나가 사실과 다르거나 둘 다 사실과 다를 때. 하나든 둘이든 사실과 다른 발언은 정말 모르는 경우 또는 알지만 숨기기 위해 거짓을 말하는 경우 튀어나온다. 안타깝게도 국방부는 최악의 최악을 거듭했다. 북한의 위험성은 부추기되 우리의 안전성은 과시하고자 꼼수를 부리다 스텝이 꼬려버린 것이다. 결국 농약 치는 항공기를 쓸 만큼 북한의 군사력이 별것 아니라는 말도, 천안함이 북의 폭침에 의해 침몰했다는 말도, 앞뒤 모두 의도적인 거짓말임을 스스로 증명해 보인 셈이다.

 

 

2014-05-14  오프닝

오늘자 조선일보에는 '전 월스트리트저널 서울 특파원의 쓴소리'라는 부제로 기사 하나가 실렸다. 세월호 참사 이후 일상으로 돌아가자는 정치 리더가 없다는 내용이었다. 똑같은 기사가 동아일보에도 실렸고 TV조선을 통해 방송을 타기도 했다. 참사가 일어난 지 한 달이 됐으니 이제 일상으로 돌아갈 때도 됐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천안함 사건이 일어난 지 한 달이 되는 시점이었던 2010 5, 조선일보는 5월 한 달 동안 천안함 관련 사설을 스무 건 넘게 실었다. 이렇듯 깃털처럼 가벼운 조선일보의 기사가 여권에는 무거운 지침이 되는가 보다. 대통령은 오늘, 세월호 참사 이후 중단해온 일반 외부 일정을 서서히 재개한다는 차원에서 대한민국 학술원 개원 60주년 행사에 참여해 훈장도 수여하고 축사도 했다.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를 수시로 예고하면서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도 동시에 하는 모양이다.

 

MONZAQ  연일 YTN을 통해 세월호 소식을 접하다가 TV도 없는 와중에 다른 언론사를 찾아보기 시작한 건 정확히 사고 발생 10일째의 일이다. 네이버의 계속되는 홍보에도 원하는 언론사를 구독 신청해두지 않다가 포털 뉴스까지 가려 보기 시작한 것도 이때의 일이다. 세월호 이외의 소식은 지나가는 자막을 통해서만 전하던 이전과 달리 YTN 앵커들이 하나둘 다른 소식을 입에 올리기 시작한 바로 그 시점이다.

당시 실종자 수는 110여 명. 사안의 시급함과 심각성이 조금도 줄지 않았을 때다. 24시간 뉴스만 전하는 채널임을 감안해 중간중간 다른 소식에 눈을 돌리는 앵커를 십분 이해한다고 치자. 하지만 구조자, 사망자, 실종자 수를 고정된 자막으로 공개하던 것까지 그날을 기점으로 삭제한 점이나, 더 이상 사고 현장의 생생한 장면 없이 짜놓은 추모 영상만을 무한 반복해서 내보낸 점은 의혹과 불신을 키우기에 충분했다. 참사 10일 만에 자막을 없애고, 한 달 만에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종용하는 수구 언론. 그들의 철두철미한 시나리오가 섬뜩하다.

사실 지금까지 정권과 언론의 유착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었다. 이번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알게 된 단어 중 하나, 수구(守舊). 옛 제도나 풍습을 그대로 지키고 따른다는 의미란다. 뜻을 알고 나니 이렇게 흔히 쓰이는 말이라는 게 새삼 놀랍다. 수구 언론. 세월호 참사를 키운 데 언론 역시 책임이 있다는 주장은 이들 수구 언론을 두고 하는 말이다.

 

 

2014-05-15  클로징

스승의 날을 맞아 제자들로부터 카네이션을 선물 받았을 선생님들. 꽃을 달아주는 제자들에게서 숨져간 단원고 학생들을 보았을 테고, 가슴에 꽂힌 그 붉은 꽃에서 숨져간 단원고 선생님들을 떠올렸을 것이다. 슬픔을 전이시키던 세월호 참사는 이제 분노를 전이시키고 있다. 뭐라도 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다는 생각 또한 급속히 공유되고 있다. 이런 마음을 갖게된 선생님들이 정부의 책임을 지적하고 박근혜 정권의 퇴진을 촉구하는 글들을 청와대 게시판에 올리고 있다. 정부가 이 선생님들을 징계하겠다고 한다. 정부도 뭐라도 하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는 모양이다. 그러나 이 정부는 뭘 해도 헛발질이다. 해양경찰은 구조에 실패하고 소방방재청은 높은 분들 의전에나 신경 쓰고, 안행부 장관은 잠수사를 격려한답시고 출동을 지연시키고 교육부 장관은 실종자 가족들 보는 앞에서 라면이나 먹고, 총리는 '희생자 장례비 줄이라', '대통령 조화 관리를 잘하라'는 지시나 내리고 상중이라고 할 수 있는 시기에 지지자들에게 웃고 손 흔들어주던 대통령은 사과해야 하는 처지가 무슨 벼슬이라도 되는 양 '내일 한다', '다음주에 한다', 대국민 사과 예고편만 틀어대고 있다. 스승의 날인 오늘은 세종대왕 탄신일이기도 하다. 세종대왕 말씀을 옮긴다. "백성에게 누명을 씌운 관리는 엄벌하되 임금에게 험담한 백성은 용서하라." 이런 말씀도 있었다. "백성이 비판한 내용이 옳다면 그것은 임금의 잘못이다. 설령 오해와 그릇된 마음이라도 그러하다."

 

MONZAQ  박근혜 대통령은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국민에게 누명 씌운 관리는 눈감아주더라도 대통령을 험담한 국민은 엄벌에 처한다!" 이렇게 생각하는 듯도 하다. "비판한 내용이 옳건 그르건 잘못은 정권을 비판하는 국민에게 있다. 설령 그 비판이 온당하고 합리적일지라도 그러하다!"

 

 

2014-05-16  클로징

며칠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정무수석 등이 CBS를 고소했다. 일명 대통령 조문 연출 논란과 관련해 'CBS가 허위 보도를 했고, 이로 인해 청와대 비서실의 명예가 훼손됐다'는 것이다. 지난달 29일 대통령이 합동분향소에서 유족인듯 위로한 할머니는 청와대가 섭외한 인물이라는 요지의 보도였다. 당시 현장 동영상을 보면 할머니는 결코 대통령이 우연히 만난 할머니가 아니다. 유가족들이 CF를 찍냐며 항의하기도 했다. 국민TV 뉴스K도 이를 보도했다. 두 가지 궁금한 점이 있다. '사고 대응'에 실패한 청와대가 '언론 대응'이라도 제대로 하겠다는 걸까? 아직 청와대 비서실에 지킬 명예가 남아 있기는 한가?

 

 

2014-05-21  오프닝

어제 20분 정도 겨우 시간을 채운 KBS 9시 뉴스가 오늘도 파행을 이어가고 있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KBS가 참 아쉬울 것이다. 20%를 넘나드는 시청률. 50대 이상 수백만 명이 시청한다는 KBS 9시 뉴스다. 세월호 수습하기도 바쁜 시점에 국익까지 챙기러 2억만 리 열사의 땅으로 날아가 외교 활동을 벌인 대통령이 어제 KBS 9시 뉴스를 근사하게 장식했어야 한다. 그 중요한 뉴스가 헤드라인에도 빠졌고 뉴스 중간에 달랑 30초 나가고 말았다. 대신 대통령 지지도가 급락했다는 기사가 네 번째 뉴스에 올랐다. 그렇다고 청와대가 실망할 것도 없다. 그래도 KBS는 박근혜 대통령이 외국에서 당한 굴욕은 알리지 않았다. 온갖 비판 감수하고 갔던 아랍에미리트 원자로 설치식이지만 정작 그 나라 대표로 오기로 했던 왕세자는 다른 사람을 내보냈다는 사실, 그래서 설치식이 끝난 뒤 270Km를 이동해 그를 따로 만나야 했다는 사실 말이다.

 

MONZAQ  정권과 언론, 비난 받을 만한 일에 항시 주거니 받거니 같이 발을 담그니 어느 한쪽도 동정표나마 얻기 어려운 지경!

 

 

2014-05-22  오프닝

언론인들이 시국선언문을 내놨다. 조중동과 종편을 빼고 거의 모든 언론사가 소속돼 있는 언론노조가 선언문 발표를 준비했다. 세월호 참사 보도를 반성하고 정권의 보도 개입에 제대로 저항하지 못했음을 고백하는 내용의 선언문에 무려 5,623명이 자신의 이름을 내걸었다. '무려'라는 표현이 과하지 않을 정도로 많은 숫자다. 그렇다고 충분한 숫자는 아니다. 제작 거부를 이어가고 있는 KBS 1,129명이 참여했다. KBS 새노조 거의 전부가 뜻을 모았다. SBS도 마찬가지다. 반면 MBC는 서울 본사의 경우 조합원 1,000명 중 35%에 해당하는 350명만 이름을 올렸다. YTN MBC와 약속이라도 한듯 조합원 400명 중 35% 144명만 참여했다. MBC YTN은 또다른 공통점이 있다. MB정권의 방송 장악에 저항하다가 대규모 해고와 징계 사태를 겪었다. 함께 힘든 시간을 버텨온 처지라 마음은 이해하라고 한다. 그러나 이성은 자꾸 부끄러워진다.

 

 

2014-05-26  오프닝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 또 일어났다. 경기도 고양 종합터미널 화재 사고는 우리 사회가 얼마나 위태로운지를 다시 한 번 보여줬다. 터미널, 영화관, 대형마트가 영업하고 있는 이곳은 식당가와 대형마트가 또 들어온다고 공사를 하고 있었다. 화재 차단 장치, 안내 방송, 이번에도 먹통이었다. 위험은 일상이다. 이 위험한 폭탄이 터질 때, 죽고 다치는 사람은 대개 위험을 만든 책임과 무관한 이들이다. 이번에도 터미널 매표소 직원들이 억울하게 목숨을 잃었다.

 

MONZAQ  묻지마 살인 사건처럼 힘 없는 개인이 다른 무고한 개인의 목숨을 빼앗았을 땐 엄중한 처벌이 내려진다. 그런데 돈과 권력으로 무장한 힘센 개인, 무지막지한 조직이 일개 서민인 개인을 희생시켰을 땐 솜방망이 조치가 전부다. 아이가 아이를 때렸을 때보다 어른이 아이를 때렸을 때 더 호되게 대가를 치뤄야 함은 당연하다. 어찌된 일인지 우리나라에선 이 같은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 친구를 건드린 아이는 죽일 놈 취급하면서도 아이를 폭행한 어른은 너그러이 눈감아준다. 맞은 아이 보란 듯이 호통치고 몰아세우지만 소리만 요란할 뿐 눈 가리고 아웅 중이다. 큰소리로 호통치고 나지막이 속삭인다. "일단 쟤부터 달래고 보자. 울음 좀 멈추고 나면 다시 얘기하자. 무슨 말인지 알지?"

  

 

2014-05-27  클로징

지방선거, 이제 8일 남았다. 사전투표를 계획 중이라면 사나흘 뒤에는 마음을 정해야 한다. 세월호 참사로 조용한 선거가 치뤄지다 보니 가뜩이나 주목도 낮은 교육감 선거는 아직 후보가 누군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래서 인지도 높은 후보가 유리하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우리 아이들 교육을 책임질 교육감을 이름 석 자, 인지도 가지고 뽑을 수는 없다. 인지도, 누가 만들어줬나? 바로 언론이다. 전원 구조 오보를 내고, 구조 실패를 가린 언론이다. 시키는 대로 가만히 있다가 참변을 당했다고 가슴을 치면서도 정작 우리는 또 시키는 대로 하려고 하는 것 아닌지 되돌아볼 시간이다.

 

MONZAQ  법을 세우고 정책을 결정하는 정치인들 못지 않게 중대한 자리가 언론인의 자리다. SNS, 인터넷이 없었다면 과연 조희연이 그 유명한 고승덕을 앞지를 수 있었을까? 언론은 있지만 언론다운 언론이 드문 탓이다. 천만다행이란 생각에 가슴을 쓸어내린다. 동시에 손 안에 SNS와 인터넷을 쥐고도 충분히 알리지 못한 '경기도지사, 부산시장 진보 후보 사퇴 소식'을 생각하면 리트윗, 좋아요로 언론 보조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한 사실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중요한 건 피드백. 벌써 두 번째 실수다. 세 번째 반복하면 한낱 실수가 아닌 부주의한 과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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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몽자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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