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른 생각 - 개똥철학 - 오락과 철학

 

사천성은 '', '', '' 자로 연결되는 두 장의 패를 연속 클릭해서 제거하는 게임이다. 나란히 놓인 패는 '' 자로 연결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보다 쉽게 찾아낼 수 있다. 바로 옆이 아니더라도 주변에 놓인 패는 클릭하는 데 시간도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발견하기도 더 쉬워서, 주로 근처에서부터 제거 가능한 패를 살피게 된다. 화면 상단에는 제거 가능한 패 수가 표시되는데 2장에서 20장까지 다르게 주어진다. 패를 제거하면 추가로 제거 가능한 패가 생기기도 하고 줄기도 한다. 위치상 가능한 패를 모두 제거하면 배치도를 바꿀 수 있는데, 그 횟수는 고스톱에서 점 500, 1000을 고르듯 방을 만드는 사람 마음이다.

 

고스톱과 마찬가지로 사천성에서도 주어진 패가 승패에 영향을 미친다. 판이 시작될 때와 재배치 직후 몇 개의 패를 없앨 수 있느냐에 따라 보다 쉽게 게임을 풀어 갈 수 있는 것이다. 당연히 100장 중 2장을 찾는 것보다 100장 중 20장을 찾기가 더 쉽다. 중요한 건 영향을 미치는 수준에서 그친다는 것, 그 수가 게임의 승패를 결정 짓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재배치는 기본적으로 세 번씩 주어진다. 보통 그중 한두 번의 기회를 사용하는데, 게임이 시작될 때 제거 가능한 패가 20장이면 꽤 운이 좋은 편이다. 세 번의 기회가 고스란히 남은 상황에서 3분의 1을 너끈히 터트려 버릴 수 있으니까. 그러면 슬슬 해당 판에서의 1등을 노려 본다. 고지가 코앞이다. 운이 계속 따를 수는 없는 법. 한동안 1등을 유지하며 내달리다 막판에 재배치 기회도 제로, 제거할 수 있는 패도 제로가 된다. 이럴 땐 20초를 기다리면 한 번의 기회가 더 생긴다. 그런데 20초를 손 놓고 있는 사이 게임은 오버. 1등에서 순식간에 하위권으로 밀려난다.

 

판이 벌어지자마자 소중한 재배치 기회를 써 버려야 할 때가 있다. 처음부터 가능 패 수가 없으면 재배치로 게임을 시작할 수밖에 없다. 재배치 후 없앨 수 있는 패는 꼴랑 4. 그런데 한 쌍을 터트릴 때마다 6, 8장으로 늘기 시작하더니, 한창 클릭하다 보니 어느 새 20장이 되어 있다. 단 한 번의 재배치로 모든 패를 없애 버렸다. 결과는 승. 처음 0, 두 번째 4장을 확인하고 그 판을 포기했다면 경험할 수 없는 반전이었다. 처음 20장으로 시작해 1등에서 꼴등으로 밀려나거나 계속해서 20장이 주어질 때보다 더 흥미진진한 판이다.

 

역경을 딛고 성공한 사람, 어려운 환경에서도 사소하지만 소중한 것들을 지키며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훈훈하고 통쾌한 즐거움을 준다. 반복되는 행운, 무탈한 인생에선 느낄 수 없는 감동이다. 그러면서도 많은 사람들은 정작 본인의 인생에선 좋을 일만 계속되기를 바란다. 장담컨대 그런 인생이란 불가능할 뿐 아니라, 가능하다고 해도 그리 행복하지 않다. 나쁜 일이 없으니 좋은 일도 좋은 일인 줄 모르고, 끊임없이 더 큰 욕심을 부리게 되기 때문이다. 반전과 역전이 뒤섞인 인생은 제삼자의 입장에서 전해 들을 때도, 자신의 일일 때도 흥미롭기 마련이다. 내 인생을 한 편의 재미난 전기 소설이라 생각하면, 지금의 고통이 지나가는 과정일 뿐이라고 생각하면 고통이 심하면 심할수록 더 극적인 결말이 기다리고 있다고 기대할 수 있다. 스스로 떳떳한 삶을 살았다면 우주의 섭리는 반드시 그에 대한 보상을 내리기 때문이다.

 

제거 가능한 패가 많다고 해서 꼭 찾기가 쉬운 것만도 아니다. 두어 장에 불과해도 당장에 발견하고, 갈수록 게임이 술술 풀리는 경우가 있다. 타고난 배경이나 현재의 여건을 탓하며 지레 삶을 포기할 필요가 없다. 많은 종교, 사상에서 운명을 이야기한다. 난 정해진 운명이란 없다는 주의다. 어떤 패를 먼저 제거할 것인지는 본인의 판단에 달렸다. 나란히 놓인 세 장의 카드 중 왼쪽 두 장을 없애는 것과 오른쪽 두 장을 없애는 건 상당히 다른 결과를 낳는다. 어느 쪽을 택하느냐에 따라 제거 가능 패 10장이 늘어날 수도, 2장이 줄 수도 있다. 그렇다고 그 길이 승패를 결정 짓는 것도 아니다. 이후 배치도를 바꿨을 때 또다른 경우의 수가 생기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은 손해 나는 결정으로 보여도 훗날에는 득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한 번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생 전체가 틀어졌다고 비관할 필요가 없는 이유다.

 

 

눈에 불을 켜고 구석구석을 샅샅이 뒤져 보면 제거 가능한 모든 패를 찾아낼 수 있을 것 같지만, 아무리 꼼꼼히 되짚어 봐도 도무지 눈에 띄지 않을 때가 있다. 오히려 한 발짝 떨어져서 전체 패를 두루 살필 때, 신기하게도 몇 안 되는 패를 쉽게 발견하곤 한다. 세상의 이치와 같다. 때로 길은 엉뚱한 데서 열린다. 가능한 경우의 수를 최대한 파악하고 준비한다고 해도 모든 상황을 예상할 수는 없다. 당연히 위기는 누구에게나 닥치기 마련이다. 이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긴 안목, 넓은 시야를 가지면 위기에 집착할 때보다 더 빨리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데도 당장의 문제를 고민하기 바쁘다. 세상을 정복하려고 하기보다 우주의 섭리를 받아들이려고 할 때 일이 더 잘 풀릴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좀 지저분한 -개인적으로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여긴다- 얘기를 하나 하겠다. 변비 얘기다. 고등학교 때부터 얼마 전까지, 그러니까 12년 쯤을 변비에 시달렸다. 한 달에 한두 번이면 가히 변비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다. 변비에 좋다는 체조, 식이요법 등 안 해 본 게 없을 정도다. 결혼 전까지는 고기도 거의 먹지 않았다. 장에 좋다는 김치와 된장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 1, 2위다. 대장 내시경 결과도 깨끗했다. 따라서 수술은 불법. 이유도 모른 채, 해결책도 없이 숙명인 양 고충을 감수해야만 했다.

 

별의별 짓을 다 동원해도 좀처럼 가시지 않던 증세가 얼마 전 나도 모르는 사이 사라져 버렸다. 당연히 이유가 궁금했다. 그전과 달라진 게 뭐가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 봤다. 첫째, 스트레스가 없어졌다. 둘째, 맛있게 먹는다. 셋째, 전에 비해 고기를 많이 먹는다. 이유는 세 가지 중에 하나, 혹은 세 가지가 동시에 작용했기 때문일 것이다.

 

문제는 변비였다. 그놈의 대장이 문제였다. 그런데 장을 건강하게 하려고 애쓸 때에는 전혀 길이 보이지 않던 것이 다른 일로 부지불식간에 해결됐다. 서비스직을 그만두고 블로그를 통해 정보와 사상을 공유하기 시작한 지 어언 1. 그 뒤로 스트레스 받을 만한 일이 없었다. 약점을 갈고 닦아야 하는 일에선 사소한 업무도 스트레스가 되지만, 강점을 활용하는 일에선 고민하고 있을 때도 생산적인 에너지가 발휘된다. 부정적인 스트레스와 긍정적인 몰입의 차이다. 도움이 되는 음식을 먹고 생활 습관을 바꾸는 것보다 심리 상태가 신체 장기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건 이때 깨달은 이치다.

 

흔히 육식은 변비의 적으로 통한다. 변비엔 뭐니 뭐니 해도 채식과 규칙적인 생활만이 답이라는 게 공식적인 진리다. 내가 찾은 답은 다르다. 경험자로서 단 하나의 조언을 하자면 간단하다. 변비에서 탈출하고 싶다면, 맛있게 먹고 즐겁게 살라는 것. 시도해 보면 알게 된다. 프룬주스, 동규자차, 아침에 물 한 잔, 규칙적인 식습관, 채식 따위보다 맛있게 먹는 게 더 효과가 뛰어나다. 변비 치료를 위해 맛대가리도 없는 풀 조각을 억지로 뜯고 있는 것보다 기똥차게 맛있는 갈비찜 한 그릇을 비우는 게 백 배 낫다. 물론 과학적인 증거는 없다. 어떤 전문가도 이런 충고를 내뱉진 않는다. 하지만 맛있게 먹고 즐겁게 살아서 해가 될 건 없다. 한 달에 한두 번 일을 치르면서 고생하느니 한 번쯤 시도해 볼 만한 일이다.

 

 

 

Posted by 몽자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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