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른 콤비 - 배우자의 조건 - 희망사항 리스트

 

행복의 조건에는 개인차가 있다. 각자만의 우선순위가 다르기 때문이다. 본인에게 무엇이 중요한지 스스로 그 우선순위를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는 곧 본인 고유의 '행복 조건 목록'이 된다. 개인적인 목록을 예로 든다. 내 삶에서 포기할 수 없는 건 주체적으로 설계하는 인생, ② 내가 가진 능력의 발휘, ③ 어떤 식으로든 사회에 이바지하고자 하는 의지의 실현, ④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 ⑤ 자유로운 의사 결정권 등이다. 세부적인 우선순위 목록은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 데 분명 도움이 된다.

 

배우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백지영의 사례가 이를 증명한다. 얼마 전 '힐링캠프'에 출연한 그녀는 결혼 전 배우자에 대한 희망사항을 적어 두고, 이를 기도 제목으로 삼았다고 털어놨다. 바라는 여러 가지 항목을 구체적으로 열거하다 보니 시간이 흐르면서 덜 중요한 것들은 자연스레 탈락시키게 되고, 정말 중요한 몇 가지가 남더란다. 거짓말처럼 그 희망사항이 전부 이루어졌다고 말하는 그녀. 배우자 정석원이 딱 그 조건에 맞는 사람이라며 기뻐한다.

 

백지영은 '희망 실현'이 가능할 수 있었던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세부적인 면면을 기도하자면 이를 반복적으로 떠올릴 수밖에 없다. 반복해서 기도하는 와중에 나도 모르는 사이 분별력이 쌓인 모양이다. 희망사항에 부합하는 사람이 나타나는 순간, 그에 대한 호감이 솟구쳤다." 그녀의 경험담에 100% 공감한다. 조건의 가짓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처음엔 항목이 꽤 많았다. 그러다 차츰 덜 중요한 건 제외시키게 된다. 정말 중요한 것만 남는 셈이다." 처음부터 우선순위를 매기거나 몇 가지 항목만을 추릴 필요는 없다. 생각나는 여러 가지를 일단 적어 두면, 그 가운데 본인에게 정말 중요한 것들이 자연스럽게 가려진다. 완성된 목록은 내 결혼관, 인생관, 가치관을 대변한다.

 

'희망사항 리스트'의 효과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백지영이 말한 것처럼, 무언가를 소망하다 보면 자기 자신을 그에 합당한 수준까지 끌어올리게 된다. 바라는 배우자의 모습에 어울리게끔 스스로를 돌보게 되는 것이다. 희망사항으로 그칠 수 있는 일을 본인까지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어서 꿈이 실현되도록 하는 것. 이것이 바로 희망사항 리스트를 통한 '가치관 정립'의 근본적인 효과다.

 

이경규가 묻는다. "연하의 남편, 살아 보니 뭐가 좋던가?" 백지영의 진심이 드러나는 대답이 이어진다. "물론 다 좋은데, 연하라서 좋은 게 아니라 정석원 씨가 연하라서 좋은 것 같다." 그녀는 절대적인 충족감에 차 있다. 상대적 빈곤감과 대비되는 만족감이다. 20살 연하와 데이트를 즐기는 데미 무어도 부러울 게 없다. 정재계를 휘어잡는 대단한 재력가, 든든한 연상 남편도 정석원에 비할 바는 못 된다. 본인에게 중요한 '가치'를 제대로 파악하고 이를 소망함으로써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삶을 꾸려 가고 있는 것이다. 이보다 더 현명할 순 없다!

 

백지영의 성공적인 결혼 스토리에 유독 귀를 기울인 이유가 있다. 나도 같은 '효과'를 경험해서다. 백지영의 사례는 내 경험이 이례적이거나 우연의 일치가 아니라는 걸 증명해 준 셈이다. 결혼 생각이 전혀 없었던 나는 배우자를 염두에 두진 않았다. 그저 연애 상대의 조건이었지만 늘 분명하고 한결같았다. 당시 꼽았던 '놈의 조건'이다. '① 피부가 흰 남자털이 많지 않은 남자목이 짧지 않은 남자손이 예쁜 남자권위적이지 않은 남자결벽증 없는 남자나이가 비슷한 남자기분이 오락가락하지 않는 남자말이 통하는 남자' 보통의 여자들이 꺼리는 조건 중 개인적으로 개의치 않는 것들도 있었다. '① 연봉직업장남'

 

목록을 들고 다니며 해당 여부를 체크하는 주책 따윈 부린 적이 없다. 그럴 필요가 없었다. 사람을 만날 때마다 하나하나 따져 보지 않아도, 본인에게 중요한 조건들은 순식간에 알아채기 마련이다. 리스트를 만들어 두고 때때로 이를 꺼내 보면, 더욱 분명해지는 효과가 있다. 두고두고 후회 없는 선택을 만끽할 수 있는 것이다. 결혼 후 3년쯤 지났을까? 불현듯 추억의 조건 목록이 생각났다. 나는 그 조건에 완벽하게 들어맞는 놈과 살고 있었다.  

 

 

 

Posted by 몽자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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