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롤로그

 

발상의 전환! 영향력 있는 누군가가 부르짖을 땐 손만 뻗으면 이내 닿을 듯이 그럴싸하게 그려지곤 하는 신세계다.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희생정신도, 목숨 바쳐 불의에 맞서는 확고한 신념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인생을 보다 고차원적으로 바꿔 놓을 이야기란 생각은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거나, 혹은 강연를 듣는 그때뿐이다. 돌아서면 언제 그랬냐는 듯 현실과 타협하기 바쁘다. 30분을 못 간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행각에는 '현실 감각이 뛰어나다', '사회생활 좀 할 줄 안다'는 등의 칭찬들이 붙는다.

 

숱한 감동 스토리들을 통해 우린 이미 깨달았다. 불가능이란 없다, 인간의 가능성은 무한하다, 부모님의 기대나 사람들의 기준에 부합하는 삶이 행복을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 등등. 평발에 작은 키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인 축구 선수가 된 박지성. 음악에 빠져 다니던 고등학교를 돌연 중퇴해 버린 서태지. 기부 천사 타이틀을 달고 사는 월세살이 가수 김장훈. 여러 매체를 통해 회자되는 그들의 삶은 많은 사람들의 탄성을 자아내지만, 안타깝게도 '30'의 한계를 넘지 못한다. 그저 다른 세상, 일부 특별한 몇 사람의 이야기로 치부될 뿐이다.


고대의 이야기도, 다른 나라의 이야기도 아니다. 우리와 같은 시대를 살아 가는 대한민국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역발상과 고집스러운 신념을 우리의 삶에 적용시키기는 어려워 보인다. 오히려 감동이라곤 없는 것들이 우리 삶을 주관한다. 매일 마주치는 직장 상사의 신화 같은 승진 기록, 앞에 걸어가는 그녀의 잘빠진 구두, 모 연예인의 그림 같은 집이 매 순간 우리를 자극한다. 이유가 있다. 보다 구체적이고 감각적이며, 현실적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성공 사례를 분석해 놓은 자기계발서. 성공한 사람들의 여러 가지 생활 습관과 사고방식이 고루 실려 있다. 하지만 단 한 사람의 자서전만 못하다. 단편적이고 추상적인 진술 탓이다. 보다 많은 지침을 전달할 수는 있지만, 이를 접하는 독자의 실생활에는 아무런 변화를 일으키지 못한다.

 

자기계발서의 바람이 한풀 꺾였다. 행복의 노하우가 담긴 책들이 빈자리를 대신한다. 일명 행복계발서. 반갑다 싶었는데, 책을 덮는 순간 잊어버리는 자기계발서와 별반 다르지 않다. 다양한 지침은 읽는 순간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데서 그친다. 독자들은 여전히 행복하지 않다. 저자는 대부분 전문가들이다. 심리학자, 종교인, 교육자, 정신과 의사 등. 사람들의 행복을 연구하고 돕는 것이 업인 사람들이다. 논란이나 오해의 소지가 없는 일반적인 주장이 그들의 특기다. 믿을 만하고 어디에나 적용할 수 있을 것 같은 삶의 지혜는 기대와는 달리 단 한 번도 써먹지 못하는 무용지물 명언으로 그친다.

 

전문가들이 수많은 사례를 통해 얻은 깨달음은 분명 보편적인 진리다. 하지만 전문가 즉 관찰자를 거쳐 전해지는 경험담에는 사소한 일상의 여건이 빠져 있다. 독자들은 그림의 떡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자신의 꿈을 좇아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 먹고살 걱정은 없는 여유로운 사람들의 조언은 공과금과 카드값에 치이는 우리의 오늘과 어떤 접점도 없어 보인다.

 

이 글에는 역경을 딛고 성공한 사례도, 검증된 행복의 노하우도 없다. 그저 21세기 대한민국을 살고 있는 30대 부부의 소소하고도 치열한 '오늘'뿐이다. 일개 부부의 '오늘'을 공개하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행복을 누리는 것이 곧 필자의 행복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나 좋자고 하는 짓이다.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건 내 행복의 수단이 된다. 그리고 내 일상의 공개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수단이 된다. 고로 나는 이 공간을 통해 사람들에게 행복을 퍼뜨리고, 나 역시 행복해질 참이다.

 

'수단'이 된다는 믿음은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다. 구체적인 사고방식과 가시적이고 현실적인 생활 방식은 주위 사람들의 삶에 크고 작은 변화를 일으켰다. 감사하게도 그들은 우리에게 고마움을 표한다. 개인적인 신념과 이를 바탕으로 누리는 부부의 행복이 누군가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다. 노하우를 전수했기 때문이 아니다. 우리 부부의 생활을 가감 없이 지켜본 이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그들의 삶에 접목시킨 덕분이다.

 

고매하고 완벽한 그림이 아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것이 '우리 이야기'가 가진 유일하고도 강력한 무기다. 이제, '다른' 그림을 제멋대로 감상할 차례다.

 

<세 가지 테마>

#  다른 콤비

#  다른 재능

#  다른 생각

 

 

Posted by 몽자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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