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기사에 MBTI 관련 도서가 소개됐다. 기자는 '이명박, 박근혜, 노무현의 MBTI를 분석함으로써 MBTI에 관한 이해와 흥미를 더했다'며 책에 대한 관심을 유도했다. 더불어 이명박을 INTJ로 분류한 저자의 의견을 덧붙였다. 개인적인 생각과 저자의 지론이 충돌하는 순간, 궁금해졌다. 기자의 오해일까, 저자의 오류일까? 아니면 아마추어인 나의 착각일까? 저자는 MBTI '전문가'. 내가 틀렸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INTJ는 누군가의 주장을, 그가 비록 전문가라고 해도, 납득할 만한 근거가 없는 한 결코 받아들이지 않는다. 책을 입수해 그 근거를 찾아 보기로 했다.  

 

책은 초반부터 의심스러운 내용 투성이었다. 곧장 INTJ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부터 확인했다. 네 페이지에 걸친 그의 설명은 실로 가관이었다. 오해를 바로잡기 위해, 저자의 표현 일부를 옮기고 그에 대한 반론을 제기한다.  

 

INTJ가 결혼에 회의적인 이유

 

어떤 일을 하든지 자신들이 하는 일에 대해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으며, 자기만의 독특한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이건 맞다. 그런데,

 

그 때문에 여성일 경우 결혼을 잘 하지 않는 경향을 보인다. 결혼을 인생의 한 과정이 아닌, '결혼은 무엇이며, 왜 하는가?'에 대한 흡족한 답을 찾아야 할 대상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이건 상당한 오해, 내지는 착각이다. 저자의 말대로 INTJ'자기만의 독특하고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다. 결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본인만의 '결혼관'이 있다. 결혼의 의미와 필요성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 결혼에 대해 회의적인 게 아니다. 자기가 생각하는 결혼관에 부합하는 부부, 가정의 모습이 우리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모습이 아니기 때문에, 그에 대한 거부감이 있을 뿐이다. 남들 보기에 성공적인 결혼? INTJ는 그딴 데 전혀 관심이 없다.

 

같은 결혼관을 가진 상대를 '만나기 어렵다'는 것도 INTJ의 결혼을 막는 요인이다. '만나기 어렵다'는 건 두 가지를 의미한다. 본래부터 그런 결혼관을 가진 사람이 드물다는 것. 아울러 많은 사람들이 시대적, 사회적 경향에 자신의 결혼관을 일치시키는 탓에 본인마저 애초의 결혼관을 잊어 버리거나 잊지 않았아도 드러내려 하지 않는다는 것. INTJ는 자신의 결혼관에 동의하지 않는 상대와 결혼이란 걸 할 수가 없는 거다.

 

'동의하지 않으면 결혼할 수 없다'며 자기만의 결혼관을 고수하는 INTJ는 결혼 이후 이를 보란 듯이 '실현'한다. 상대가 어떤 심리 유형이냐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INTJ가 속한 부부는 일반적인 부부상과 다를 가능성이 크다. 타이틀은 남편, 아버지임에도 불구하고 돈벌이에는 별 관심이 없다거나 아내, 주부, 어머니인데도 살림은 항상 뒷전일 수 있다. 단순한 책임 회피, '의무 불이행'이 아니다. 본인이 생각하는 '중요하고 생산적이며 가치 있는, 그리고 효율적인 일'에 집중하기도 시간이 모자라서다.

 

INTJ의 결혼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에는 무엇보다 독립성이 크게 작용한다. INTJ 16개 심리 유형 중 가장 독립적인 유형이다. 혼자만의 시간은 사색, 성찰, 시스템 구축, 이론 도출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오랜 개인 시간, 철저한 개인 공간만큼은 절대 포기할 수 없다. 배우자와 자녀는 시시때때로 이를 방해할 게 분명하다. 독립과 결혼이 양립할 수 없다면? INTJ는 당연히 '결혼''탈락'시킨다.

 

INTJ가 뜻을 굽히지 않는 이유

 

자존심이 누구보다도 세고, 지적인 토론에서 절대로 다른 사람들에게 무릎을 꿇지 않으려 한다. 자기 이론이 약하다고 인식되더라도 이들은 무조건 자신의 주장이 옳다고 주장할 가능성마저 있다. 하지만 이 유형의 발달이 잘되고 심리적으로 안정된 사람이라면, 자신보다 더 훌륭한 이론을 들고 나오는 사람에게 그것을 인정하고 몹시 고마워할지도 모른다.

 

INTJ의 객관성을 간과한 발언이다. INTJ는 판단 시 '감정'을 배제한 채 직관과 사고를 동원한다. 자존심 따위의 감정적인 이유로 토론을 그르치는 일은 없다. 본인의 주장이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자존심 때문에 뜻을 굽히지 않는다? 천부당만부당이다. 나는 INTJ. 심리적으로 별로 건강하지 '않은' INTJ. 이 시대에 심리적으로 건강한 사람이 몇이나 되겠나. 저자의 말과는 달리,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대적으로 중요한 건 합리, 논리, 이치라는 생각이다. 자존심이 아니다.

 

데이비드 커시 David Coursey INTJ를 한마디로 이렇게 표현했다. '언제나 새로운 사고에 열려 있는 브레인 스토머.' INTJ는 정신적 건강 여부와 상관없이, 보다 논리적이고 더 높은 수준의 가치를 추구하는 이론이라면 언제든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 아니, 제발 좀 그런 이론들이 하나라도 더 나와 주길 고대하고 있다. 논리적으로 합당하기만 하다면 자신의 가치관과 다른 이론에 대해서도 인정할 만큼, 미련하리만치 객관적인 게 INTJ.   

 

실제로 주변 사람들은 INTJ에게 저자와 같은 지적을 하곤 한다. 이는 INTJ가 본인만의 검증 시스템을 확립해 두고, 그에 따라 다른 이의 주장을 판단하고 비판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직관력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괜한 고집으로 오해를 산다는 얘기. 무조건 자기 주장만을 내세우는 것처럼 비춰지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INTJ에게 '무조건'이란 없다. 명백한 근거 없이는 어떤 주장도 펼치지 않는다.

 

INTJ MBTI를 반기는 이유

 

오류는 여러 군데에서 발견된다. 그 절정은 다음 이야기다.

 

한번은 내가 소속된 대학에서 MBTI 강의 중 이런 INTJ 유형의 장점에 대해 설명했더니, 그전까지 나에게 그렇고 그런 태도를 보이던 한 학생이 너무나 신기하다면서 갑자기 나를 존경하기 시작했다. 곧장 나의 첫 번째 저서인 <MBTI ○○○>를 산 그는 '아내에게 말했더니 아내가 당장 다음에 가면 그 교수님께 직접 사인을 받아 오라'고 했다며 내게 사인을 요구했다. 그가 왜 갑자기 이런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을까? 물론 MBTI가 가진 힘도 있지만, 무엇보다 내가 이 유형을 설명할 때 'INTJ가 지적인 면에서 천재적인 소질을 가지고 있다'고 한 부분 때문이 아닐까 짐작해 본다. 그는 체구가 자그마했지만 외국에 2년 간 파견되어 공부한 적이 있고, 누구보다 학문적인 면에서 탁월한 능력과 소질을 가지고 있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경험담에 소개된 학생이 INTJ라는 가정 하에 생각해 보자. 저자에 대한 그 학생의 심정이 정말 '존경심'이었을까? 아니라고 본다. 설령 그가 '존경한다'고 표현했다고 해도, 본질적으로 '존경심'과는 다른 감정이었을 거다. INTJ는 자기만의 높은 기준을 설정해 둔다. 그리고 그 지점에 다다르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들볶는다. 타인에게도 마찬가지다. 때문에 존경이란 단어를 입에 올리는 일 자체가 거의 없다. 기준이 높은 탓이다.

 

그의 정확한 심정은 '고마움'에 가까웠을 거다. 여러 사례들로부터 일반화된 이론을 도출하는 것, 그 이론으로 전체를 갈래로 분류하는 것이 취미이자 특기인 INTJ. 그는 MBTI에 남다른 흥미를 느꼈을 테고, 그런 MBTI 이론을 소개한 저자에게 고마웠을 거다. 미성년자에서 벗어난 지난 15년 중 나의 직장 경험은 주식회사 ○○에서의 달랑 7년뿐. 모든 사람들의 직장 생활이 그렇듯, 나 역시 ○○에서 숱하게 울고 웃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한 가지를 꼽는다면, 누군가가 ○○이 나에게 어떤 곳인지를 묻는다면, 난 한마디로 말한다. MBTI를 알게 해 줘서 정말 감사히 생각하는 곳이라고.

 

저자의 '호의적'이란 단어 선택은 탁월했다. 그런데, 이내 다시 거슬리는 대목이 등장한다. 저자가 'INTJ가 지적인 분야에서 천재적인 소질을 발휘한다'고 설명해 학생이 호의를 드러냈다는 억측. 정말 황당하기 짝이 없다. 이어지는 학생의 유학 경험과 학문에 대한 자부심, 왜소한 체구에 대한 발언은 저자의 다른 의견에 대한 신뢰도마저 떨어뜨린다.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이렇게 유형의 특성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니! 우리나라 MBTI 수준이 의심스럽다. 그런 전문가들로부터 배우는 학생, 전문가 준비생들은 말해 뭣하겠나.

 

INTJ는 내부 검증 시스템, 자기만의 판단 기준을 가장 중시하기 때문에 타인과의 공감이란 흔한 일이 아니다. INTJ MBTI에 열광한다면, 그건 '똑똑하다'는 칭찬조의 풀이에 기분이 좋아서가 아니라, 그동안 공감하지 못했던 자신의 성향을 대거 꿰뚫는 MBTI가 너무 반가워서다. 아무리 설명해도 이해할 수 없다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먼저 알아채고 '이렇지?' 하며 묻는데 신통방통하지 않겠나. 수없이 들어 온 '이상하다', '독특하다'는 표현 대신 '원래 그런 거야', '이래서 그런 거야'라고 말하는 MBTI. INTJ는 사정없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INTJ가 학문을 발전시키는 이유

 

강점에 초점을 맞추고 타고난 재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게 MBTI의 목적, 심리학의 목적이다. 저자는 이 같은 근본적인 취지를 망각한 듯하다. INTJ에 대한 해석을 이렇게 마무리 짓고 있다. 뉘앙스가 묘하다.

 

인간은 모든 재능을 다 가지고 있지는 않다. INTJ 유형은 정말 분석적인 뇌는 갖고 있지만, 인간이 함께 어우러져 생활하는 데 필요한 감성에는 민감하지 못하다. 그렇지만 이들이 있기에 학문이란 것이 존재하고 발전해 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INTJ가 이론과 학문에 대한 관심이 지대한 건 논리력과 사고력 덕분이긴 하지만, 이는 수단일 뿐 근본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 INTJ는 정확한 근거를 바탕으로 타인은 물론 자기 자신에 대한 비판을 일삼는다. 그러면서도 사물과 사람의 긍정적인 측면을 활용하고자 한다. 부정적인 생각에 머무르지 않고 건설적인 방향으로 이끌고자 하는 거다. INTJ에게 있어 비판이란, 단순한 '꼬투리 잡기'가 아닌 보다 건설적인 아이디어 구축을 위한 과정에 불과하다. 새로운 생각과 이론을 환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비단 학문뿐 아니라 인간관계, 일상 도구, 작업 시스템 등 INTJ는 발전시키고 개선하지 않고는 못 배기는 사람들인 거다.

 

 

성격 파악, 성공을 향한 첫걸음 | 2009-03-09 | 포커스신문 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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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엇박 몽자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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