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현재 생존해 있는 인물 중에 INTJ로 추정되는 우리나라 유명인. 서태지를 빼놓을 수 없다. 심리 검사를 실시한 결과인지, 전문가들의 소견인지, 아니면 아마추어들 또는 팬들의 판단인지는 알 수 없다. 나 역시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를 취했을 뿐이다. 출처와 공신력이 불분명할 때, INTJ는 신빙성을 갖지 않는다. 서태지가 INTJ 유형이라는 데 대한 나의 신뢰도는 60%.

 

30대 중반. 서태지와 아이들의 팬 경력은 내 또래가 가장 길다. 나도 초창기부터 몇 년 간 그들의 팬이었다. 열성적인 걸로 따지면, 대략 중상 수준. 서태지가 솔로로 활동하면서 현재는 그의 팬 연령층도 매우 다양해졌다. 팬 경력을 밝히는 건 서태지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있었다는 얘길 하고 싶어서다.

 

<서태지 심포니>를 봤다. 지금은 그의 음악에 별 관심이 없다. 순전히 서태지와 INTJ의 연결 고리를 찾으려는 의도였다. 개인적으로 우리나라 유명인들의 MBTI 심리 유형 정보가 많이 없다는 점이 안타깝던 터. 심리유형, 특히 INTJ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입장에서 서태지의 INTJ적인 모습이 얼마나 엿보이는지 확인에 들어갔다. INTJ가 직접.

 

'INTJ 유형인 내''INTJ로 알려진 서태지'의 성향을 알아본다는 건 상반되는 두 가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본인의 성향이기 때문에 말이나 글로는 다 표현하지 못할 만큼 미세한 차이까지 명확하게 알고 있다는 점에서 적중률을 높일 수 있다. 반면 개인의 특성을 INTJ의 특성으로 혼동하는 일반화 오류에 빠질 수 있다는 점에서는 정확성이 떨어질 수도 있겠다.

 

E I, N S, T F, P J, 네 쌍의 반대 성향에 대해 전문가만큼 해박하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비전문가들에게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풀이로 이해시킬 자신은 있다. 가장 친밀한 측근인 과거 친구, 현재 배우자가 ESFP 유형이기에, 혼동 가능성을 많이 줄였다. INTJ의 객관성, 통찰력과 이론화 능력을 한번 믿어 보시라.

 

<서태지 심포니>(2008)

 

음악감독, 톨가 카쉬프

 

<서태지 심포니> 2008년 국내 공연 영상을 담아 서태지가 기획, 제작한 영화다. 주연은 투톱이다. 서태지와 톨가 카쉬프(Tolga Kashif). 카쉬프는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지휘자 겸 작곡가로, 영국 국립교향악단 지휘 및 로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음악감독 등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다. 서태지와의 공연에서도 카쉬프는 음악감독을 맡았다.

 

MBC가 이 영화를 방송했다. 배우 장근석과 음악평론가 임진모의 짤막한 담화 뒤에 공연 영상이 이어진다. 임진모는 카쉬프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대중음악을 클래식에 도입해 새로운 장을 연 실력파 음악가라고. 대중음악계와 클래식계 모두에게 잘 알려진 인물이라고. 이 점이 서태지의 관심을 샀을 거라 추측된다고. 개인적으로, 영화에 담긴 카쉬프의 모습이 인상 깊다. 공연을 진정으로 즐기는 모습, 헤드폰을 끼고 지휘봉을 저어 대는 모습, 숱 없는 반백머리의 거장이 짓는 개구쟁이 같은 미소. 영화를 보는 재미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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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서태지

 

지금은 서태지의 영향력이 커진 만큼 그의 조부에 대한 이야기는 드문 모양이다. 데뷔 초기만 해도 서태지의 할아버지가 꽤 유명한 지휘자라는 게 큰 화젯거리였다. 서태지는 틀에 박힌 클래식 음악에 대해 일정 부분 반감을 가지고 있었을지 모른다. 가족의 영향이란 늘 그렇다. 치부로 여기면서도 어느 순간 닮아 있음을 깨닫는다. 서태지가 카쉬프와 함께 공연하기로 한 이유에 대해, 임진모가 밝힌 의견에 동의한다. <서태지 심포니>는 클래식 영역에 대한 서태지의 미련, 내지는 정복욕에서 기획된 게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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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 = INTJ ?

 

판단력

 

서태지는 자신의 음악을 톨가 카쉬프가 얼마나 훌륭하게 편곡, 클래식화할지 믿고 기대했을 거라는 게 평론가 임진모의 설명이다. INTJ는 누군가의 재능을 인정할 만하다고 판단한 경우, 그를 전폭적으로 신뢰한다. 판단 기준은 INTJ ''에 있다. 대중 및 언론, 전문가가 내세우는 기준이라고 해도, 내 기준에 우선하지는 않는다. 직관력(iNtuition)과 판단력(Judging)을 동원해 내적으로 확립된 심사 체계를 거치는 것이다.

 

여기에는 좋은 점도, 나쁜 점도 있다. 자기만의 기준은 누적되는 경험을 바탕으로 꾸준히 업그레이드된다. 정교하고 합리적이다. 휩쓸리지 않는 독보적인 판단력은 INTJ의 강점이다. 한편, 판단 기준 자체가 다양한 사례와 논리적 추론으로 도출한 결과이기 때문에, 판단 결과를 지나치게 신봉하는 약점을 수반한다. 결국 판단이 옳을 가능성이 높긴 하지만, 현실 및 대세를 반영하지 않아 일을 그르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는 거다. 실패한 결과를 두고도 이를 납득하지 못해 괴로워한다거나 본인의 기준을 수정하지 않으려는 고집을 보이기도 한다.

 

총감독

 

나는 요즘 한창 '영화에서 심리 찾기'에 빠져 있다. 매 순간 이론을 대입해 생각하는 INTJ 기질은 영화 감상시에도 여지없이 고개를 처든다. 영화를 보기에 앞서 사전 조사에 들어간다. 감독이 누구인지를 제일 먼저 확인한다. 그리고 각본을 본다. 시나리오 작가나 원작자를 주시한다. 그들이 쓴 다른 작품들도 살핀다. 제작과 기획 담당자도 참고한다. 요즘 상업 영화는 열 명 내외의 영화인들이 공동으로 시나리오 작업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 같은 추세를 비웃기라도 하듯, 혼자서 각본을 짜고 직접 감독하는 이들이 있다. 그들은 영화를 통해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보다 분명하고 효과적으로 담아 낸다. 주제를 향한 작가 정신도 투철하다. 메시지를 재미보다 우선시하는 관객이기에, 감독과 작가는 영화를 선택하는 지당한 기준일 밖에.

 

한때 시나리오 작가를 꿈꾼 적이 있다. 영화나 드라마의 경우, 작가의 입지가 얼마나 열악한지를 알고 난 뒤 바로 접어 버렸다. 자본주의의 영향이다. 주제를 퇴색시키면서까지 관심거리를 중시한다면, 내 꿈은 의미가 없다. 한 프로젝트에 있어서 모든 것을 혼자, 그리고 직접 컨트롤하려는 건 INTJ의 특징이다. 세세한 것 하나하나가 전부 목적에 합당하고 효율적으로 쓰여야 한다는 주의다. 자기만의 높은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능가하는 결과를 얻고자 한다. 목적 달성을 위해서라면, 어떤 수고든지 기꺼이 감당한다.

 

<서태지 심포니>는 다큐 영화다. 서태지는 영화만을 위한 별도의 시나리오를 작성하지 않았다. 오롯이 공연만을 필름에 담은 거다. 이전·후에도 그는 자신의 공연을 몇 차례 영화로 제작한 바 있다. 대부분 비슷한 형식이다. 주인공은 항상 자신, 장르는 매번 다큐다. 이번 영화에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기획에서 제작, 연출과 출연 모두를 서태지가 직접 진행했다는 점이다. 출연만 빼고는 전부 단독 진행이다. 얼마만큼의 의미를 두어야 하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제작 및 기획자가 '서태지컴퍼니'인 경우와 '서태지'인 경우는 분명 차이가 있을 것이다. 그는 어쩌면, 공연을 '기획'하면서부터 영화 제작을 '계획'했을지 모른다.

 

네이밍

 

INTJ'숨은 의미'에 관심을 갖는다. 직관적(iNtuition)인 기능이 발달했기 때문이다. 사실적이고 구체적인 것을 중심으로 정보를 취하는 감각적(Sensitive) 기능의 반대 속성이다.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정보를 중시한다. 이름을 새로 짓거나 기존 명칭을 평가할 때도 '의미'가 우선이다. 자기 자신을 기준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내향(Introversion)이기 때문에, 본인의 예명이나 필명을 지을 때는 더욱 그렇다. 내향(Introversion)과 사고(Thinking), 판단(Judging)과 결합한 '직관'은 자기만의 신념을 굳히는 요인이다. INTJ는 그 신념을 담아 별칭을 짓는다. 순간적으로 끌리는 느낌에 의하지 않는다.

 

서태지. 예명이자 한자명이다. 데뷔 초 그가 직접 밝힌 내막이다. ''는 평소에 좋아하던 성씨였고, '' ''는 그 뜻이 좋아서 이름에 쓴 거라고. 본인이 직접 지은 이름이라고.

()   우라나라 성씨의 하나

()   크다 심하다 통하다 최초 첫째

()   마음 본심 뜻을 두다 알다 기억하다 의로움을 지키다

심사숙고 끝에 지은 유의미한 이름은 여간해선 바꾸지 않는다. 오래도록 사용할 이름이기에 짓는 데 심혈을 기울이기도 하거니와, 일생의 가치관을 내포한 이름이기에 계속 같은 이름을 쓰기도 한다. 서태지는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쭉 '서태지'.

 

'INTJ의 네이밍 법칙'은 개인 이름을 짓는 데 그치지 않는다. 뮤지션으로서 그가 이룬 것들을 보면, 일관성과 간결성이 돋보인다. 서태지, 서태지와 아이들, 서태지컴퍼니, 서태지 심포니. 하나같이 서태지 일색인 것도 그의 ''을 반영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나는 일본 영화를 선호하지 않는다. 이유 중 하나는 제목 때문이다. 참 간결하지 못하다. 몇 개만 예로 든다. <다만, 널 사랑하고 있어>, <별에 소원을>, <지금, 만나러 갑니다>, <천국에서 너를 만나면>, <남의 섹스를 비웃지마>. 임팩트도 없다. 이에 비해 서태지의 작명은 지극히 INTJ적이다.

 

중심

 

여러 이름 가운데 한 가지가 걸린다. '서태지와 아이들'. INTJ 유형이라는 데 의문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INTJ는 내향적인 동시에 일반적인 것을 추구한다. 내향적이라 함은 자기 스스로 확립한 '기준'에 따른다는 거다. '기준' '중심'과 그 의미가 사뭇 다르다. '중심'이란 중요하고 우선적으로 여긴다는 뜻이다. '기준'이란 비추어 보는 거울, 또는 근거가 되는 수단을 의미한다. 본인의 위치를 가운데로 설정한 것도 모자라, 이름마저 다른 두 멤버를 '아이들'로 칭한 점이 선뜻 이해되지 않는 면이 있긴 하다.

 

'()INTJ'이라고만도 할 수 없는 것이, 팀을 결성할 당시 그의 의도를 모르는 입장에서 단정 짓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서태지와 아이들로 활동한 5년 간 90% 이상의 곡을 서태지가 직접 작사·작곡·편곡했다는 점, 음반 제작과 관련해 99% 그의 손을 거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다른 각도로 생각해 볼 수 있다. 게다가 '서태지와 아이들'로 뭉칠 당시는 1991, 지금으로부터 22년 전이다. 서태지는 그해 18살이었다. 두 배나 많은 나이로 팀 이름을 문제 삼기에는 무리가 있음을 인정한다.

 

관계

 

서태지와 카쉬프 외에 <서태지 심포니>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이 있다. 키보드 기타 연주를 맡은 김석중과 안성훈이다. 김석중은 한시적으로 공연에 참여한 걸로 보인다. 2012'오파츠'라는 이름으로 자체 음반을 내기도 했다. 안성훈은 서태지컴퍼니 소속이다. 다른 활동 이력이 있긴 하지만 '서태지 밴드'의 멤버를 지냈다. 가장 호기심을 자극한 이는 '죽음의 늪''교실 이데아'에서 마이크를 잡은 래퍼, '마스타 우'. 그는 YMGA라는 남성 듀오로 활동 중이다.

 

INTJ는 좁고 깊은 대인 관계를 선호한다. 벌써 몇 년 전 이야기지만 서태지는 양현석, 이주노와 드물지만 꾸준히 연락을 주고받는다고 들었다. 댄서 이주노보다는 음반 제작, 신인 발굴에 나선 양현석과 조금 더 긴밀한 눈치였다. '옳다구나!' 싶었던 건 마스타 우의 소속사를 확인했을 때다. 소속사는 다름 아닌 YG 엔터테인먼트. 서태지의 개인적, 업무적 대인 관계에서 발견한 INTJ적 면모다.  

 

에필로그

 

학창시절을 떠오르게 하는 추억의 노래가 멋지게 편곡, 재공연된 걸 보니 감회가 새롭다. 음악평론가도, 서태지의 열혈팬도 아닌 데다가 애초부터 그의 심리 유형을 살펴보는 게 목적이었기 때문에 음악에 대한 개인적인 소감은 뺐다. '한줄평'만 남긴다. '죽음의 늪', '교실 이데아', '난 알아요'는 정말 끝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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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 심포니 (2010)

The Great 2008 Seotaiji Symphony With Tolga Kashif & Royal Philharmonic 
9.2
감독
-
출연
서태지, 톨가 카쉬프
정보
다큐멘터리 | 한국 | 123 분 | 2010-01-22
글쓴이 평점  

2008 서태지심포니 | 2008-10-24 | MBC Link

기사 | 2011-06-30 | 데이 Link

기사 | 2013-01-17 | Link

 

사운드 오브 심리 MONZAQ

 

Posted by 몽자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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